더불어민주당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낙연 신당’이 당의 패배로 이어질까 경계하는 모습이다. 친명계를 중심으로 이낙연 전 대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당 지도부가 별다른 통합 행보를 보이지 않으면서 오히려 분열 기류가 거세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 전 대표는 이재명 대표의 ‘결단’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물밑에서 창당 작업은 계속하고 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19일 YTN 라디오에서 “지금 우리 당은 당내 민주주의와 도덕성이 땅에 떨어지고, 정책 정당으로서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며 “친명 일색으로 가고 있고 ‘개딸 훌리건’, 유튜버 등이 당 지도부 혹은 친명 의원들과 삼위일체로 끌고 가고 있기 때문에 민심과 동떨어져 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에 수직적 당정 관계를 수평적으로 바꿀 수 있는 그런 비대위원장이 온다면, 민주당도 지금과 같은 친명 일색의 이런 당으로 계속 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은 여당이 비대위 전환 등 쇄신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 반면, 민주당은 통합을 위한 리더십이 부재한 상황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이낙연 전 대표가 내년 1월로 ‘디데이’를 맞추고 창당 작업에 착수하자, 당 안팎에선 분열을 경계하는 ‘신당 비토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친명계 원외 모임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 전 대표를 비판했다. 초선 의원들은 ‘연판장’까지 돌렸다. 민주당 의원 167명 가운데 70%가 넘는 117명이 서명했다.
민주당은 이미 당 분열에 따른 뼈아픈 결과를 경험한 바 있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계파 갈등으로 갈라선 비문재인계가 국민의당을 창당해 호남 지역을 석권했기 때문이다. 이낙연 전 대표 측도 수도권과 호남 지역을 기반으로 한 신당을 구상 중인 만큼 민주당으로선 신당을 막지 못하면 총선 패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관계자는 “호남 지역은 물론이고, 수도권에서 의석을 5%만 (이낙연 신당이) 가져간다고 해도 상당히 치명적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일단 완급 조절에 들어간 모습이다. 그는 전날 KBS 인터뷰에서 “신당 창당 공식화는 과장된 해석”이라며 “획기적으로 혁신하고 국민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의지가 확인되면 언제든지 (이재명 대표를) 만나겠다는 입장은 유효하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당 안팎에선 이재명 대표를 향해 ‘통합’ 행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친명계를 중심으로 이낙연 전 대표를 공격하는 흐름을 지도부가 제어하지 않는 것을 두고 부적절한 처사라는 비판도 나온다. 박용진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미운 놈 나가라, 싫은 놈 떠나라 식으로만 당이 나간다면 종착지엔 혁신 없는 패배만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전날 ‘길 위에 김대중’ 시사회에서 이재명 대표를 만나 “당을 위해 더 큰 폭의 행보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지도부는 ‘명낙회동’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하지만 이낙연 전 대표가 ‘혁신’이라는 전제조건을 내세운 만큼 이른 시일 내 성사되긴 쉽지 않아 보인다. 수도권 중진 의원은 “국민의힘이 비대위원장 인선을 놓고 말이 많지만, 중요한 건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민주당은 새로운 인물이 떠오르는 것도 아니고, 작금의 사태에 대한 대안도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재명) 대표가 한발짝 물러나는 결단이 필요한데, 그간의 행보를 보면 쉽게 기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편, 당내 상황에 말을 아껴오던 윤건영 의원은 이재명 대표 체제 유지를 전제로 한 ‘통합위원회’라는 제3의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윤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마음이 떠난 듯 보이는 이낙연 전 대표도 찾아가 만나고 정세균·김부겸 전 총리도 만나 길을 물어야 한다”며 “말로만 ‘통합’을 말할 게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 가칭 ‘통합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은 어떻겠느냐”고 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