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가 바라는 염원이 이뤄지지 않았는데 추위가 대수입니까. 억울하게 희생된 아이들을 위해선 다 참고 견딜 수 있죠.“(희생자 송은지 아버지 송후봉씨)
서울 아침 기온이 영하 7도까지 떨어진 18일 오전 9시50분께, 여의도 국회 앞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의 밤샘 농성 천막 안에는 한기가 돌았다. 유가족들은 무릎보호대를 착용하고 방진복을 입었다. “하나도 안 따뜻하네.” 주섬주섬 옷 안에 핫팩도 붙였다. 이날은 유가족들이 특별법의 국회 통과를 바라며 오체투지를 시작하는 날이다.
오전 10시29분에 맞춰, 10.29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유가협)와 10.29이태원참사시민대책회의는 4대 종교 인사들과 함께 오체투지 행진 시작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오는 20일 임시국회 첫 본희의를 앞두고 10.29이태원참사특별법 통과를 호소하기 위해서다.
회견에 나선 이정민 유가협 운영위원장은 “진상규명 특별법을 통해 만들어진 독립적인 조사기구가 참사의 진상규명을 해주길 바라는 희망으로 하루하루 힘겹게 버텨오고 있다”며 “2022년 12월의 그 혹독한 추위를 다시 길거리에서 맞게 될 줄은 미처 몰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는 20일 본회의에서 이태원 특별법을 여야합의로 분명하고 확실하게 통과시켜주길 바란다. 자식 잃은 부모들의 마지막 경고이자 간곡한 호소”라고 강조했다.
이어 희생자 이승연 어머니 염미숙씨는 “찬바람을 맞고 서 있으니 지난 49재가 생각난다. 그때는 외침이 이렇게 묵살될 줄,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다”며 “100일, 200일, 1주기를 지나며 행진과 삼보일배로 투쟁해왔는데 버틸 수 있었던 건 특별법 제정을 통한 진상규명이라는 희망이었다”며 “애가 끊어지는 심정으로 오체투지를 한다”고 했다.
종교계 인사들도 힘을 보탰다. 강현욱 원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교무는 “정부도, 국가도 없어서 159명이 별이 됐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유가족들이 길 위에서, 한파 속에서 1년을 있었다. 눈물의 고행길을 멈추게 해주길 바란다”며 오체투지에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오전 10시50분께부터 유가족과 시민대책회의, 종교계 인사 30여명이 국회 정문 앞부터 오체투지를 시작했다. 두 무릎과 두 팔꿈치, 이마를 땅에 대는 동작을 반복하며 국회 담장을 따라 3㎞를 행진하는 것이다. 희생자 오지민 아버지 오일석씨는 “힘들지만, 아이가 혼자 갈 때의 땅바닥만큼이나 하겠나. 그 마음으로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지난 14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광장에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159시간 비상행동’을 선포한 뒤 피켓 시위와 추모제 등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오체투지 역시 오는 20일 같은 시간, 임시국회 본회의가 열리는 날까지 이어갈 방침이다.
한겨레 김가윤 기자, 김영원 기자 / ga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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