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 발사 가능한 고체연료 ICBM ‘화성-18형’ 가능성
정찰위성 발사→군사합의 파기→ICBM 도발로 한반도 군사적 긴장 고조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북한이 정찰위성을 성공적으로 궤도에 올린 지 한 달여 만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해 연말 한반도 군사적 긴장 수위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군 당국은 북한이 18일 오전 8시 24분께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ICBM 1발을 발사한 것을 포착했다. 이 미사일은 정상(30∼45도)보다 높은 각도로 발사돼 70여분간 비행한 것으로 관측됐다.
군은 비행거리가 1천㎞라고 설명했으나 최고고도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일본 정부 관계자는 최고고도가 6천㎞ 이상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일단 고각 발사돼 1천㎞를 비행한 것을 보면 지난 7월 12일 시험발사된 ‘화성-18형’으로 추정되고 있다. 당시와 최고 고도와 비행 시간·거리 등이 유사하다.
북한의 ICBM 발사는 2월(화성-15형), 3월(화성-17형), 4월(화성-18형), 7월(화성-18형)에 이어 다섯번째다. 북한이 한 해에만 ICBM을 다섯차례 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4월, 7월에 이어 이번에도 화성-18형으로 추정되는 ICBM을 쏘면서 신속·기습 발사가 가능한 고체연료 ICBM의 성능을 최종 검증해 내년부터 작전 배치할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고각 발사로 최고고도 6천㎞ 이상을 올라가는 ICBM은 정상 각도로 쏠 경우 1만2천∼1만5천㎞를 비행해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갖췄는지 불분명하지만 북한이 신형 고체연료 ICBM을 작전배치하면 미국을 타격할 전력을 갖는 의미가 있다. 지난달 세 번째 시도 만에 우주 궤도에 올린 정찰위성이 ‘눈’이라면 ICBM은 ‘주먹’에 해당하는 셈이다.
정찰위성 성능에 의문이 있긴 하지만, ‘눈과 주먹’이 한 세트를 이뤄 공격 능력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북한은 정찰위성이 한국과 일본의 주요 기지와 미국 본토 군사기지 등을 촬영했다고 주장하며 이번 달부터 정상임무에 돌입했다고 선전하고 있다.
지난 2021년 1월 조선노동당 제8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의 ‘핵심 5대 과업’ 완성에 매달려온 북한은 지난 9월 첫 전술핵공격잠수함인 ‘김군옥영웅함'(제841호)을 진수했고, 정찰위성 성공적 발사에 이어 11월엔 신형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에 사용할 고체연료 엔진시험도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지난달 정찰위성 발사 대응 조치로 남측이 9·19 남북군사합의 일부 조항에 대한 효력을 정지하자 기다렸다는 듯 군사합의에 구속되지 않겠다며 지상, 해상, 공중에서 중지했던 모든 군사적 조치들을 즉시 회복한다고 선언했다. 이는 사실상 군사합의 파기 선언으로 해석됐다.
북한이 연말에 이처럼 군사적 긴장 수위를 고조시키는 것은 국방분야 핵심과업 완수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업적’으로 부각하면서 체제 결속을 노리는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제2차 핵협의그룹(NCG) 합의사항에 대한 반발 성격도 커 보인다.
한미는 이번 회의에서 내년 6월을 확장억제 체제 구축을 완성하는 목표 시점으로 정했고, 내년 8월 ‘을지 자유의 방패'(UFS) 훈련 때 핵작전 연습을 처음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현행 한미연합사령부 작전계획(작계 5015)에는 전면전 대비 외에는 핵 보복 관련 내용은 들어있지 않다. 핵작전 연습을 토대로 연합사 작계도 개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ICBM 발사가 금명간 실행될 한미일 3국의 북한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 조치에 대한 불만으로도 해석된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4일 한미일 경보정보 공유 조치에 “위험천만한 군사적 망동”이라고 경계심을 표출한 바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최근 군사합의 파기 선언과 ICBM 등 여러 차례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며 군사적 긴장 수위를 고조시키는 것은 체제 결속과 내부 성과 선전 차원으로 보인다”며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 억제를 위한 한미의 확장억제 강화 조치에 대한 반발 성격도 크다”고 말했다.
threek@yna.co.kr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