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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년 전 떠난 친모가 아들 죽자 “돈 내놔”…구하라법 어떻게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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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양 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가 세상을 떠난 자식의 재산을 상속받는 것을 제한하는 일명 ‘구하라법'(민법 일부 개정안,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를 하루빨리 통과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나오고 있다.

구하라법은 2019년 11월 가수 구하라씨가 세상을 떠나자 20년 동안 소식이 없었던 친모가 뒤늦게 나타나 상속 재산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이 일이 알려지자 국민적인 공분이 일었고, 2020년 3월 국회 게시판에 청원이 올라오면서 공론화됐다.

’직계존속 또는 직계비속에 대한 부양의무를 현저히 해태한 경우도 상속결격 사유로 추가하고 기여분 인정 요건을 완화하는 민법 개정에 관한 청원’이라는 제목의 입법 청원은 4월 10만명의 동의를 얻어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지만, 20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구하라법이 통과되지 못하는 사이에 제2·제3의 구하라 사건이 발생했다. 먼저 ‘전북판 구하라’ 사건이 널리 알려졌다. 소방관 강한얼씨가 순직하자 32년 만에 나타난 친모가 유족급여를 받아가려 해 많은 국민들의 분노를 산 것이다.

최근에는 실종된 아들의 보험금을 타기 위해 54년 만에 나타난 친모도 있었다. 2021년 1월 경남 거제 앞바다에서 선원으로 일하던 김종안씨(당시 56세)가 어선을 타다 폭풍우를 만나 실종되자, 친모 A씨가 나타나 배타적 상속권리를 주장한 것이다.

A씨는 1967년 2세였던 김종안씨 등 어린 세 남매를 버리고 집을 떠났다. 그러나 아들의 실종과 거액의 보험금 소식에 54년 만에 나타났다. A씨는 혼자가 아니었고, 새로 꾸린 가정에서 낳은 자녀와 사위까지 합세해 선박회사의 위로금 5000만원을 챙기고 김종안씨 명의의 집과 통장을 자신의 명의로 바꿔놓았다.

이에 김종안씨의 누나 김종선씨(61)가 법의 부당함을 호소하고 나섰다. 김종선씨는 “보상금을 받아도 54년 동안 엄마 대신 남매를 키운 고모와 할머니가 받아야 한다”며 “양말 한 켤레, 사탕 하나 안 보내놓고 이제 와서 생모라고 자식 목숨값을 챙기는 게 법이고 정의인가”라고 토로했다.

이런 일이 가능한 이유는 민법 제1004조의 ‘상속 순위’ 때문이다. 상속 순위는 1순위가 배우자와 직계 비속(자녀 손자녀 등), 2순위가 배우자와 직계존속(부모 조부모등), 3순위가 제자매의 순이다.

실종 당시 김종안씨는 6년간 사실혼 관계를 유지한 여성이 있었지만 사실혼 관계는 상속받을 권한이 없다. 두 사람 사이에 자녀도 없기 때문에 2순위인 A씨가 법적 상속인이 된 것이다. 누나 김종선씨 등은 후순위로 밀려서 A씨가 유산을 분할해주지 않는 한 법적으로는 한 푼도 받을 수 없다.

물론 그 사이에 구하라법과 비슷한 시도는 있었다. 21대 국회에서도 ‘구하라법’은 다시 발의됐다. 2020년 6월 2일 서영교 의원 외 50인이 민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상속을 받을 수 없는 상속결격 사유에 ‘피상속인의 직계존속으로서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를 현저히 게을리한 사람’이 추가됐다. 자식을 부양하지 않은 부모를 상속인에서 제외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올해 안에 법안이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관계자는 “부양 의무 기한을 적시하자는 의견이 제시돼 논의 중으로, 여야 이견이 남아 있어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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