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시도와 그 수사에 관한 극비 정보가 포함된 문서철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임기 말 사라진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15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과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두께만 10인치(약 25.4㎝)에 이르는 이 문서철에는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이 러시아와 러시아 요원들에 관해 수집한 가공되지 않은 정보가 담겨 있다.
이 밖에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하도록 도우려 했다는 미국 정부의 평가에 영향을 미친 정보원과 방법 등이 포함돼 있으며, 트럼프 선거캠프 전 고문 도청을 위한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실패한 국가안보 감시 영장 신청서 사본과 해당 조사에 관여한 두 FBI 담당자 사이의 문자 메시지 등 러시아 수사와 관련한 각종 자료도 있다.
FBI의 2016년 트럼프 대선 선거운동과 러시아에 대한 수사명인 ‘크로스파이어 허리케인’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이 문서철은 약 2700페이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서철이 마지막으로 목격된 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 임기 말 백악관에서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퇴임 전날 이 문서철에 담긴 대부분의 내용에 대해 기밀 해제 명령을 내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정적들이 자신에게 타격을 주기 위해 러시아 수사를 이용했다고 생각해 관련 자료를 기밀 해제해 공개할 계획이었다.
이에 따라 백악관 관리들은 민감한 정보를 삭제한 다수의 복사본을 만들었다. 그러나 백악관 변호사들과 법무부가 어떤 정보를 삭제할지 검토하는 과정에서 민감한 정보가 고스란히 담겨 있던 원본 문서철이 사라졌고 지금까지 그 행방은 미스터리로 남아있다고 CNN은 전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1년 4월 가진 인터뷰에서 마크 메도우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이 그 문서철을 아직 갖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지만 메도우 전 비서실장의 변호인은 “메도우는 사라진 어떤 문서와도 관련이 없다”며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한 관계자는 자료의 내용 자체는 특별히 민감하지 않다고 말했다. 사라진 문서철의 민감한 정보를 삭제한 버전은 정보공개법에 따라 이미 FBI 웹사이트에 공개돼 있다.
그러나 정보 당국은 가공되지 않은 사라진 문서철을 통해 비밀 정보원과 방법 등이 고스란히 공개될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 정보 당국자 사이에서는 미국과 동맹국의 국가 안보 기밀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으며, 지난해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에도 분실된 문서와 이를 되찾으려는 정부의 노력에 대한 브리핑이 진행됐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