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영상 사이트 추정 문구…문화재보호법·재물손괴 적용 검토
대표 문화유산 훼손에 “2008년 숭례문 화재 떠올라” 시민 충격
(서울=연합뉴스) 안정훈 기자 = 인적이 드문 새벽 시간에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있는 경복궁 담벼락이 스프레이 낙서 범벅으로 훼손된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용의자를 추적 중이다.
시민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도 즐겨찾는 한국의 대표적 문화유산에 ‘스프레이 낙서 테러’가 발생해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16일 종로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2시 20분께 국립고궁박물관 방향 경복궁 서쪽 담벼락에 스프레이로 낙서가 돼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붉은색과 푸른색 스프레이로 ‘영화공짜’ 문구와 함께 ‘○○○티비’, ‘△△’ 등 불법 영상 공유 사이트를 뜻하는 것으로 보이는 문구가 반복적으로 큼지막하게 적혔다.
‘△△’는 도미니카 공화국에 서버를 뒀던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티비’를 의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도메인을 바꿔가며 운영하다가 27차례나 차단된 끝에 지난 4월 서비스 종료를 선언했다.
○○○티비 또한 유사하게 유료 영상 콘텐츠를 불법적으로 제공하는 사이트다. 경복궁 인근 서울지방경찰청 청사 담벼락에도 동일인의 소행으로 보이는 붉은색 스프레이 낙서가 발견됐다.
경찰은 인근 폐쇄회로(CC)TV 등을 토대로 낙서를 한 용의자를 추적하고 있다.
또한 경복궁의 담벼락이 문화재보호법의 보호 대상인지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문화재보호법 위반과 재물손괴 양쪽 혐의를 모두 고려해 다방면으로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시민들은 2008년 2월 국보 숭례문이 불탔던 사건이 연상된다며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29)씨는 “뉴스를 보고 바로 숭례문이 불탔던 사건이 떠올라 큰 충격을 받았다”며 “앞으로 문화재 관리를 위해서 CCTV나 경비 인력을 배치하는 등 유사 범죄 예방에 정부가 더 신경써야할 것 같다”고 밝혔다.
지난 2017년 9월에는 40대 남성이 사적 제153호인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성 성벽과 주변 학교 등에 붉은색 스프레이로 낙서를 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A씨는 성벽 70여m 구간에 욕설과 미국을 비하하는 글귀 등을 적어넣었으며 문화재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2022년 1월에는 경기 여주시의 경기도 지정문화재인 영월루(迎月樓) 10여군데가 검은색 스프레이 낙서로 훼손되기도 했다.
hu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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