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고체연료 ICBM·전술핵탄두 등 국방력 강화에 매진…대화는 외면
北정찰위성 3차례 시도 끝 발사 성공…논란의 9·19군사합의는 사실상 폐기
미국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 크게 늘어…SSBN 42년만에 입항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 북한은 올해도 대남, 대미 대화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핵·미사일 고도화에 열중했다.
전술핵탄두 ‘화산-31’을 전격 공개하며 대남 핵 위협을 노골화하는 한편 고체연료를 사용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도 첫 시험 발사하는 등 국방력 강화에 매진한 한 해였다.
또 핵 무력 정책을 헌법에 명시해,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거듭 천명했다.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위반인 군사정찰위성 발사도 3번이나 시도해 결국 우주궤도에 올렸다.
정부는 북한의 정찰위성 3차 발사에 대응해 2018년 체결된 9·19남북군사합의 일부 조항을 효력 정지했고, 이에 북한은 기다렸다는 듯 전편 파기를 선언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위기감도 한층 고조된 양상이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맞서 지난 4월 ‘워싱턴 선언’ 등을 통해 대북 확장억제 강화에 나섰다.
◇ 북, 전술핵탄두·고체연료ICBM 등 국방력 강화에 올인…대화는 외면
북한은 지난 3월 전술핵탄두 ‘화산-31’ 실물을 공개했다.
‘화산-31’은 단거리 탄도미사일인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북한판 에이태큼스(KN-24), 초대형방사포(KN-25), 무인수중공격정 ‘해일’, 순항미사일 ‘화살’, ‘미니’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에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유사시 남측을 향해 핵을 쓸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4월에는 고체연료 ICBM인 ‘화성-18형’을 첫 시험 발사하며 미국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핵 역량을 과시했다.
고체연료 ICBM은 액체연료 ICBM보다 발사 준비 시간이 크게 단축돼 기습 발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더 위협적이다.
북한은 9월에는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핵 무력 정책을 헌법에 명기했다.
지난해 핵 무력 정책을 법령으로 채택하고 ‘불가역적인 핵보유국 지위’를 공표한 데 이어 핵 무력 발전 정책을 영구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핵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명백히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은 이처럼 국방력 강화에 매진하면서 한미의 대화 제의는 철저히 무시했다.
미중 전략경쟁과 우크라이나전 등으로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견제 기능이 무력화한 상황을 악용해 국방력을 키우는 데 매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 북, 정찰위성 3차례 시도 끝 성공…9·19 군사합의 파기로 치달아
북한은 한미를 때릴 ‘주먹’인 각종 미사일 개발에 이어 ‘눈’에 해당하는 정찰위성을 보유하는 데도 집착했다. 5월과 8월 두 차례 발사 시도에 실패한 뒤 11월 21일 3번째 시도 끝에 정찰위성을 궤도에 올렸다.
이에 정부는 그렇지 않아도 우리의 정찰능력을 제한한다는 논란이 많았던 9·19 군사합의 중 비행금지구역 설정 조항(제1조 3항)의 효력 정지로 맞섰고, 북한은 이에 반발해 군사합의 전면 파기를 선언했다.
이후 북한은 군사합의로 파괴하거나 철수한 11개 최전방 감시초소(GP)의 복원에 들어가고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경비 병력을 권총으로 무장시키는 등 파기 선언을 행동으로 옮겼다.
우리도 이에 대응해 군사합의로 파괴하거나 철수한 11개 GP를 복원하겠다고 공언했다.
완충구역을 설정해 남북 간 우발적 충돌을 막자는 취지도 있었던 군사합의가 사실상 폐기되면서 전방 지역의 군사적 긴장은 한층 고조됐다.
6·25 전쟁 정전협정 이행을 감독하는 중립국감독위원회의 스웨덴 대표인 레나 페르손 헤르리츠 소장은 지난 7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군사합의의 목적은 (6·25전쟁이 끝나고 체결된) 정전협정을 진전시키는 것이었다”며 “당연히 완충지대가 없으면 위험은 커진다”고 지적했다.
◇ 美전략자산 한반도 전개 크게 늘어…SSBN 42년만에 입항
한미는 날로 고도화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확장억제를 업그레이드했다.
확장억제란 미국이 핵무기를 포함한 전력으로 동맹국을 보호한다는 의사를 명확히 함으로써 적대국이 공격하지 못하게 하는 개념이다.
한미 정상은 지난 4월 확장억제 강화를 위해 ‘핵협의그룹'(NCG)을 창설하고 미군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를 확대한다는 내용이 담긴 ‘워싱턴 선언’을 발표했다.
NCG 가동으로 미국의 핵 작전에 대한 한국 측 재래식 전력 지원을 위한 공동 기획과 실행이 이뤄질 수 있게 됐다.
지난달 열린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도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 방안이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특히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문서인 ‘맞춤형 억제전략'(TDS)이 10년 만에 개정됐다. TDS는 북한의 핵·대량살상무기(WMD) 위협을 억제하기 위한 한미 국방장관 간 전략문서다.
북한의 도발이 거듭되면서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미군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도 크게 늘었다.
지난 7월에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20발 안팎을 장착할 수 있는 미 해군 전략핵잠수함(SSBN)이 1981년 3월 이후 42년 만에 국내 입항했다.
10월에는 미 공군 전략폭격기 B-52H가 국내 공군기지에 착륙했다. B-52H가 미국 본토 혹은 괌에서 한반도로 날아와 한국 공군과 연합 훈련을 실시한 적은 많지만, 한국 공군기지에 착륙한 것은 처음이었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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