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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풍·내홍 겹친 카카오…판교에 몰아친 ‘칼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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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오픈AI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 등장으로 전 세계가 AI 격변의 시기를 경험했다. AI 패권 전쟁의 막이 올랐고, 국내 기업도 뛰어들었다. 하지만 AI 격변의 시기에 대응하는 우리 IT 기업들의 올해 분위기는 우울했다. 곳곳에서 경영 위기의 경고음이 울렸고, 감원 칼바람이 불었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 카카오

2023년 카카오는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주가 시세 조종 의혹으로 경영진이 구속됐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독과점 논란에 휩싸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문제점을 지적할 정도였다. 외풍을 수습하기에도 벅찬 시기에 내부 갈등도 터졌다. 경영 실태에 대한 내부 폭로가 나왔고, 진실 공방으로 번지면서 내홍이 커지고 있다.

이를 수습하기 위해 카카오 창업주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2년10개월 만에 직원들과 대화하며 진화에 나섰다. 곧이어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카카오 차기 대표로 내정하며 인적 쇄신의 신호탄을 쐈다.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와 주요 임원진 인사를 비롯해 기업문화 개선, AI 개발, 글로벌 시장 도전 등 산적한 과제가 많지만 해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

쿠데타 실패한 오픈AI, 치고 나가는 구글

올 11월 ‘챗GPT의 아버지’로 불리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돌연 해고됐다. 이사회 멤버 6명 중 4명이 의견을 모았고, 화상 회의를 통해 그에게 일방적인 해고 통보를 내렸다. 이사회는 오픈AI의 설립 목적인 AI ‘윤리’와 ‘비영리’ 추구가 샘 올트먼에 의해 무너지고 판단했다.

하지만 쿠데타는 오래가지 못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샘 올트먼을 비롯해 그의 해고를 반대하는 직원을 모아 새 AI 연구팀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오픈AI는 발칵 뒤집혔고, 결국 그는 해고 5일 만에 복귀했다.

그 사이 구글은 차세대 초거대 AI ‘제미나이’를 공개했다. 제미나이는 이미지를 인식하고 음성으로 말하거나 들을 수 있다. 또 수학 문제를 풀거나 데이터를 분석하는 추론 능력도 갖췄다.

잘나가던 IT, 권고사직 칼바람

코로나19 기간 인재 모시기 경쟁이 치열했던 IT 업계에 올해는 칼바람이 불었다.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진행된 인력 감축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아마존웹서비스(AWS)의 한국지사인 AWS코리아는 올해 5월 권고사직을 단행했고, 비슷한 시기 메타코리아도 구조조정을 했다. 앞서 구글코리아와 한국MS도 내부 감원 대상자들에 권고사직을 통보했다. 이들 기업은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지사를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카카오도 주력 자회사를 중심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 6월 10년 이상 고연차 직원을 상대로 이·전직을 권하는 넥스트챕터프로그램(NCP)을 실시했다. 게임 업계도 인력 효율화를 위한 구조조정에 나섰다.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은 각각 엔씨웨스트와 잼시티 등 해외 법인에서 정리해고를 단행하며 몸집을 줄여나가고 있다.

네이버 ‘하이퍼클로바’X 출시

네이버는 오픈AI, 구글 등에 대항할 AI ‘하이퍼클로바X’를 지난 8월 공개했다. 국내 기업이 공개한 AI 가운데서는 가장 뛰어난 성능이다. 네이버는 AI 기반 검색 서비스 ‘큐:’를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쇼핑·로컬 등 네이버 특화(버티컬) 서비스와의 연동을 통해 사용자 만족도를 높일 계획이다.

AI로 수익을 낼 수 있는 B2B(기업 간 거래) 사업에도 속도가 붙었다. 이미 다수의 기업들이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네이버는 11월 두 번째 자체 데이터센터 ‘각 세종’의 가동을 시작했다. 축구장 41개 면적인 초거대 데이터센터인 각 세종은 하이퍼클로바X를 고도화해 글로벌 진출의 토대를 마련할 예정이다.

‘집게손’에 떨고 있는 게임사들

넥슨의 게임 ‘메이플스토리’ 속 캐릭터의 손동작에 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남성혐오를 의미하는 ‘집게손’ 모양의 손동작이 사용됐다는 의혹이다. 문제의 캐릭터 영상이 특정 스튜디오 업체에서 집중적으로 제작됐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이용자의 항의가 빗발쳤다. 이에 넥슨은 사과글을 올렸으나, 하청 스튜디오가 의혹을 부인하며 논란이 확산됐다.

일부에서 이번 혐오 표현 의혹을 남성과 여성의 성별 대립으로 몰고 가고 있다. 넥슨을 비롯한 게임사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혹시라도 자사 게임 캐릭터 영상에서 유사한 손동작이 나올 경우 불똥이 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각 게임사들은 캐릭터 영상을 전부 되돌려보기 시작했다. 논란이 확산되기 전 선제 대응에 나선 셈이다. 한국에서 유독 민감한 젠더 문제이기에, 관련 논란은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트위치, 한국 시장 철수

글로벌 인기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가 한국 사업 철수를 선언했다. 내년 2월27일부로 한국 이용자들은 트위치를 이용할 수 없다. 트위치 측은 다른 국가에 비해 10배 더 높은 네트워크 수수료로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이용자층이 두터운 트위치가 사업 철수를 발표하면서 아프리카TV나 유튜브를 비롯한 다른 플랫폼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네이버는 내년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치지직'(CHZZK·가칭)을 선보일 예정이다. 트위치에는 팔로워 수백만명을 보유한 스트리머가 다수 있어, 3개월 뒤 이들을 차지하기 위한 플랫폼의 각축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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