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억원 넘는 배임 혐의…대북송금 의혹 등 남은 수사도 계속
(서울=연합뉴스) 조다운 기자 = 검찰은 2023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향해 전방위로 수사력을 집중했다.
이 대표에 대한 소환조사만 6차례 이뤄졌고, 구속영장은 두 차례 청구됐다.
위례·대장동 의혹, 성남FC 의혹, 백현동 의혹, 위증교사 의혹 등 크게 4개의 사건으로 세 차례에 걸쳐 재판에 넘겨졌다.
전직 대선후보이자 거대 야당 대표인 ‘피의자 이재명’에 대한 수사에는 매 절차 ‘초유·최초’ 등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검찰의 집요한 수사에도 이 대표는 구속을 면했다. 그러나 여전히 여러 사건의 수사선상에 올라 있는 탓에 검찰과의 ‘대결’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 검찰 소환에 “회술레 수치” 반발…체포동의안 ‘아슬아슬’ 부결
검찰은 새해 벽두부터 이 대표를 소환하며 ‘이재명 성남시’에서 이뤄진 개발 비리·인허가 특혜 의혹에 대한 수사 속도를 높였다.
1월 10일 수원지검 성남지청이 ‘성남FC 후원금 의혹’의 피의자 신분으로 이 대표를 소환한 데 이어,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도 같은 달 28일과 2월 10일 두 차례 이 대표를 불러 조사했다.
이 대표는 검찰 수사를 “조작 수사”, “회술레 같은 수치”라고 비판했고, 조사실에 들어가서는 미리 준비한 진술서로 답변을 갈음하며 맞섰다.
검찰은 2월 16일 위례·대장동 개발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묶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제1야당 대표에 대한 헌정사상 첫 구속영장 청구였다.
이 대표에게는 민간업자들에게 특혜성 인허가를 몰아줘 성남시에 4천895억원대 손해를 끼치고, 두산건설·네이버·차병원 등 4개 기업의 인허가 문제를 해결해준 대가로 성남FC 후원금 명목의 뇌물 133억5천만원을 수수한 혐의(특경법상 배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특가법상 뇌물 등)가 적용됐다.
체포동의안의 국회 본회의 표결 결과는 재석 의원 297명 중 찬성 139명, 반대 138명, 무효 11명, 기권 9명. 이 대표와 민주당의 ‘압도적 부결’ 예상과 달리 가결 정족수에서 10명 모자란 아슬아슬한 부결이었다.
검찰은 3월 22일 이 대표를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 수사가 시작된 지 539일 만이었다.
◇ ‘백현동·대북송금 의혹’에 결국 체포안 가결…영장 기각으로 기사회생
검찰은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대북송금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며 이 대표를 재차 압박했다.
이 대표는 8월 17일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다시 서울중앙지검 포토라인에 섰다.
뒤이어 쌍방울 그룹의 대북송금 의혹을 수사하던 수원지검도 9월 9일과 12일 두 차례에 걸쳐 그를 소환조사했다.
검찰의 압박이 거세지던 8월 31일 이 대표는 “민주주의 파괴를 막아내겠다”며 돌연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검찰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단식 19일째를 맞은 그가 병원에 실려 간 9월 18일 서울중앙지검은 이 대표에 대한 두 번째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대표에겐 민간업자에게 각종 특혜를 몰아줘 1천356억원의 이익을 독차지하게 하고,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최소 200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경법상 배임) 등이 적용됐다.
‘검사 사칭 사건’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 주요 증인에게 허위 증언을 요구한 혐의(위증교사), 수원지검이 수사하던 쌍방울 대북송금 관련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 등도 영장에 적시됐다.
이번에도 이 대표는 체포동의안 부결을 호소했지만, 9월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찬성 149명, 반대 136명, 기권 6명, 무효 4명으로 가결됐다.
그러나 법원은 “정당의 현직 대표로서 공적 감시와 비판의 대상인 점 등을 감안할 때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10월 12일 백현동 의혹으로, 같은 달 16일 위증교사 의혹으로 이 대표를 순차 기소했다.
◇ 2024년에도 계속되는 ‘李 수사’…사법리스크 여전
인신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해 한고비를 넘긴 이 대표지만, 그에 대한 검찰 수사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수원지검은 구속영장이 기각된 대북송금 의혹을 돌려받아 보완 수사를 벌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특혜 의혹의 ‘궁극적 동기’를 겨냥한 ‘428억 약정 의혹’을 수사 중이다.
지난달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대장동 일당에게서 받은 거액의 불법 선거자금에 이 대표가 관여했는지도 검찰이 규명하고자 하는 대상이다.
권순일 전 대법관의 ’50억 클럽’ 및 이 대표 ‘재판거래’ 의혹도 중앙지검이 들여다보고 있다.
이 대표 배우자 김혜경씨가 경기도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법카 의혹’도 수원지검이 수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 대선 국면에서 이뤄진 대장동 사업 관련 ‘허위 인터뷰’ 의혹 수사도 이 대표를 겨냥해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allluc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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