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출신’으로 무게…”늦어도 내주 중반 비대위원장 선임해야” 공감대
원희룡·나경원·김한길 등 후보군에 거론…한동훈은 ‘선대위 역할론’ 기류
“‘찐윤’ 안돼” 등 용산 견제 목소리…”대통령은 당적 이탈해야 하나” 반박도
(서울=연합뉴스) 류미나 최평천 안채원 기자 = 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장 인선에 부쩍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 등 선거 기구를 발족하는 한편 현역 ‘물갈이’와 인재영입 등 선거 업무 전반을 지휘하는 막중한 자리인 만큼 공백이 길어져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당내에 폭넓게 형성돼 있어서다.
김기현 전 대표의 사퇴 다음 날인 14일 중진연석회의와 최고위원회의를 잇따라 열어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을 속전속결로 결정한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은 15일에는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했다.
비대위원장 인선을 비롯해 비대위 구성과 비대위 운영 방향 등을 놓고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자리다.
당내에서는 늦어도 다음 주 중반까지는 비대위원장 인선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비대위원장이 정해져야 비대위원 인선과 함께 비대위를 출범시켜 총선에 대비한 당무에 본격적으로 착수해 연말연초 총선 준비에도 차질이 없다는 계산이다.
선거일을 기준으로 각각 3개월, 2개월 전후로 공관위와 선대위를 꾸리는 게 통상적이기 때문이다.
윤 권한대행은 오전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여러 경로로 (비대위원장 후보를) 추천받고 있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정치인 출신’ 비대위원장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우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이름이 당내에서 오르내린다. 3선 의원 출신인 원 장관은 최고위원과 사무총장을 역임해 당무 경험이 풍부하며, 제주도지사도 지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에 대해 “정부 출신이지만 정치 경륜이 있는 만큼 당정관계에서도 거중 조정이 가능할 것이고, 혁신위발 ‘희생’ 논의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며 쇄신 이미지를 쌓았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4선 중진 출신으로 원내대표 경험이 있는 나경원 전 의원도 계속 거론된다. 나 전 의원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원장직 요청 및 수락 여부를 묻자 “그렇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특별히 고려할 필요가 없다”고 답한 바 있다.
하지만, 그가 후보군에서 빠지지 않는 것은 당이 겪는 위기의 원인으로 ‘수직적 당정관계’가 지목되는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나 전 의원은 3·8 전당대회 당시 친윤(친윤석열)계 거센 압박 속에 출마를 포기했다.
전날 중진연석회의에 참석했던 홍문표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에서 “이름을 거론해 갑론을박하지는 않았는데, 그 후에 삼삼오오 찾아오거나 전화도 받아봤는데, 그렇게(나 전 의원이 적임자라고) 말하는 분들도 계셨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숨은 책사’로 불리는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도 꾸준히 나온다. 다만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 의중)이 작용한 인사로 읽힐 수 있는 데다가, 민주당 출신 인사여서 지지층의 거부감을 살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지적된다.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현실 정치 경험이 없다는 점이나 말실수 논란이 잦았던 점 등이 발목을 잡는 모습이다. ‘주류 희생’ 요구로 갈등을 빚었던 중진·친윤 그룹의 저항도 예상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대해서는 선대위원장을 맡아 ‘총선 바람몰이’에 나서야 한다는 쪽으로 논의가 모이는 기류다. 당무나 선거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 윤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 등에서 당 대표 격인 비대위원장으로는 부담이라는 지적이다.
당내에서는 이번 비대위원장 인선을 당정관계 재정립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KBS 라디오에서 “비대위원장은 수도권·중도층의 민심을 다잡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기본적 전제가 건강한 당정관계, 또 당이 주도적으로 대통령실과 정부에서 국민적 눈높이에 어긋나는 일들이 있다면 강력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은아 의원은 YTN 라디오에 나와 “지금 국민이 보시기에 문제의 핵심은 대통령의 변화인데 여기에 친윤 중에 ‘찐윤’이 오면 얼마나 황당해하실까”라고 지적했다.
한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비대위원장 인선과 관련, “용산은 이제 조심할 것”이라며 “‘김장연대’ 용퇴 배경을 생각해보면 윤심이 어디에 있다고 쉽게 말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당정관계 재정립 여론에 부정적 의견도 있다. 당 고위관계자는 “그러면 대통령은 당선됨과 동시에 당적을 이탈해야 한다. 결혼하면 친정에 가지 말라는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윤희석 선임대변인 논평을 통해 “사즉생의 각오와 재창당 수준의 개혁으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 나갈 것을 약속드리며, 변화를 주도할 비대위원장 선임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minar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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