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선거제 개편’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14일 의원총회를 소집했지만, 이번에도 결론을 내지 못했다. ‘병립형 회귀’에 무게를 싣는 지도부를 비판하는 의견들이 잇따라 나오면서 내홍이 격화되는 모습이다. 특히 ‘신당 창당’을 비롯한 분열 움직임을 놓고 설전을 벌이거나, 지도부를 겨냥해 “소수 의견을 경청하라”는 비판도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비공개 의총을 소집하고 선거제 개편 등 당내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재명 대표를 필두로 당 지도부가 ‘병립형 회귀’에 무게를 싣는 가운데 다수의 의원들이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며 격론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지난달 30일에도 선거제 논의를 위한 의총을 열었지만, 견해차만 확인하는 수준에 그친 바 있다.
임오경 원내대변인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의총은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 ‘듣는’ 자리였다”며 “병립형으로의 회귀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이 조금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본적으로 다음주쯤 어느 정도 결정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원내에서 결정할 게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논의가 있어야 하는 만큼 조금 더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내년 총선이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야는 선거제 개편을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총선 때 야당 주도로 도입된 준연동형은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수를 나눈 뒤 지역구 당선자를 뺀 나머지의 50%를 비례대표로 채우는 방식이다. 20대 총선까지 적용됐던 병립형은 비례 의석을 정당 득표율만큼 단순 배분하는 것으로, 여당이 주장하는 개편안이다.
민주당은 당론을 정하지 못한 채 내홍을 겪고 있다. 이재명 대표가 지난달 28일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밝힌 뒤로 당 지도부가 ‘병립형 회귀’로 가닥을 잡고 있지만,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연동형을 유지하되 ‘위성정당 방지’ 대책을 별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병립형 회귀에 반대하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탄희 의원은 의총에서 눈시울을 붉히며 의원들을 거듭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의총 직후 자신의 SNS에 “병립형 회귀를 반대한다”며 “연동형에 문제가 있다면 보완책을 논의해야지, 문제가 있다고 (국민과의 약속을) 백지화 시킨다면 정치는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이날 의총에선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를 겨냥한 지적도 나왔다. 강성 지지층 중심의 지도부 행보로 인한 분열을 우려한 비판으로 풀이된다. 임오경 원내대변인은 “소수 의견도 경청하고 지도부에서 (그런 의견을) 직접 듣는 자리도 마련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당이 발전적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지도부가 경청하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에서 나온 이야기”라고 말했다.
‘선거구 획정’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조금 더 지켜보겠다는 방침이다. 정개특위 야당 간사를 맡고 있는 김영배 의원이 오는 18일까지 정개특위에서의 여야 합의를 위한 시간적 여유를 요청했으며, 홍익표 원내대표가 이를 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앞서 선거구 획정위원회가 국회로 보낸 획정안이 ‘여당에 편파적인 안’이라고 반발 중이며, 국회는 정개특위 의결을 통해 한 차례 재획정을 요구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신당 창당’을 공식화한 이낙연 전 대표의 행보를 놓고 갑론을박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김민석 의원은 앞서 이 전 대표를 비난하며 ‘사쿠라(정치권에서 변절자를 뜻하는 용어)’라고 발언했던 것에 대해 “불가피한 표현이었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김 의원은 “신당 만큼은 안 된다. 초전박살을 내야 한다”며 “(민주당을) 나갈 사람은 나가라”라고 거듭 목소리를 높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오영환 의원은 당내 혁신계 모임 ‘원칙과 상식’, 이 전 대표 등을 언급하며 “이 분들의 공통점은 수많은 비난을 예상하면서도 자기 소신과 판단을 이야기한다는 것”이라고 받아쳤다고 한다. 오 의원은 “소수 의견이 옳고 그름을 떠나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배척하고 비난하는 것이 민주당다운 모습이냐”며 “수박, 사쿠라, 정치꾼 등 언어들로 당의 소수 의견을 비난하는 것이 그리도 시급한가”라고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