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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매년 6조개의 담배가 만들어지고 이 중 4조5000억개는 무단 투기로 버려집니다. 도심에서 버려지는 담배 꽁초는 바다로 흘러갑니다.” 쓰레기를 줍는 사람들(이하 쓰줍인)의 박현지 대표는 지난 12일 서울특별시의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이 같이 지적했다.
흡연자인권연대(이하 흡인연)와 쓰줍인이 서울특별시의회 황철규, 허훈 의원실과 함께 개최한 ‘담배연기 ∙ 꽁초 쓰레기 ∙ 화재 문제 해결을 위한 흡연구역 만들기 정책토론회’에선 담배꽁초 수거함 설치 및 지속적인 관리, 올바른 흡연문화 정착 등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박현지 대표는 지난 9월 서울시 서초구에서의 모니터링 결과를 소개하며 “담배 꽁초 수거함 44%는 금연 구역 가까이 설치돼 있어 흡연자·비흡연자의 갈등을 조장할 가능성이 있었다”며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금연 구역을 피해 보다 쾌적한 형태의 흡연구역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항아리형, 원통형, 상자형 등 제각각인 수거함 형태를 통일하고, 특히 하수구로 흘러가지 않도록 빗물받이를 관리해야 한다는 촉구도 이어졌다.
하수구로 흘러간 담배 꽁초는 강과 바다에 미세 플라스틱을 흩뿌린다. 박정음 서울환경연합 자원순환팀장은 “담배꽁초 필터는 자연에서 다시 분해돼 ‘셀룰로오스 아세테이트’라는 미세 플라스틱으로 되돌아온다”며 “국내에서 담배 한 갑당 24.4원인 폐기물 부담금은 연간 864억원으로, 이를 지방자치단체에 바로 투입해 흡연구역, 꽁초 수거함, 미세 플라스틱 안내 의무 시행 등 제도 개선에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박상륜 흡인연 대표도 “담배꽁초로 인한 직간접적인 사회적 비용은 연 12조 이상”이라며 “담배가 기후 위기로 인한 잦은 홍수, 화재에 악영향을 주는 심각한 요인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흡연구역 증설과 강력한 분연(分煙)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일본 도쿄의 경우 지난 2001년 도보 중 흡연으로 인한 어린이의 실명 사건 이후 흡연구역 설치 및 관리가 엄격해졌다. 서울 여의도의 흡연구역은 7곳에 불과하지만 도쿄 신바시는 40곳이다. 서울시 전체 흡연구역은 103곳이며 1곳 당 이용자 수는 1만8389명에 달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다만 정부와 지자체는 정책 시행에서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기호 서울시 스마트건강과 스마트정책팀장은 “11월에 25개 자치구를 대상으로 흡연 구역 수요조사를 실시했지만 3개 구만 신청.했다”며 “흡연 부스를 철거해 달라는 민원에 시달려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한편 시가랩 캠페인의 최재웅 매니저는 “담배꽁초 쓰레기 처리를 위한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휴대용 재떨이(시가랩) 사용은 습관적인 꽁초 무단투기를 방지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시가랩은 담배 꽁초에서 냄새가 나지 않도록 밀봉할 수 있는 특수 용지로, 주식회사 어다인에서 무료 배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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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김현기 서울특별시의회 의장은 “지금까지의 금연정책은 ‘흡연은 백해무익’하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춰 금연 아니면 흡연이라는 이분법적 정책으로 접근해 왔다. 일방적인 금연구역 확대는 금연구역 이외의 지역을 ‘암묵적 흡연구역’으로 만들게 된다”며 “암묵적 흡연구역이 꽁초 투기, 간접흡연, 화재 위험을 불러일으켜 시민의 불편, 불쾌, 불안을 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훈 의원은 “일본, 싱가폴 등 해외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흡연 구역에 대한 상세한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며 “토론회에서 나온 아이디어와 대안을 입법·정책적으로 잘 풀어나갈 수 있도록 고민을 거듭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는 서울특별시 의회 유튜브 채널 ‘서울시의회 토론회[제2대회의실]’채널에서 다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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