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정부가 한국 기자단을 만나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는 과학적으로 인체에 무해하다며 안전성을 강조했다. 방류되는 오염수의 방사능 농도가 국제안전기준에 부합하고,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로 제거하지 못하는 삼중수소는 해수로 희석해 방출하는데 이 역시 세계보건기구(WTO)의 기준치 이하라는 것이다. 특히 이미 한국을 포함한 세계 여러 나라가 각 기준치에 맞춰 삼중수소를 방출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한일기자단 교류 사업 프로그램에 참여한 외교부 출입 기자단은 지난달 30일에는 일본 경제산업성과 외무성 관계자들을, 이달 1일에는 도쿄전력 측을 만났다.
오염수 발생 원인은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이다. 일본 지진 관측 기록상 가장 센 규모 9.1의 지진으로 후쿠시마 제1원전 시설이 손상됐고 다량의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기 시작했다. 당시 아사히신문이 2011년 4~5월 원자로 2·3호기 건물에서 고농도 방사능 오염수가 바다에 유출됐다고 보도했다. 오염수 유출량은 770t, 방사능 농도는 4720조Bq(베크렐)에 육박했는데 후쿠시마 제1원전의 연간 방사성 물질 방출 관리 목표치의 2만 배에 달하는 수치였다. 이후 2021년 4월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바닷물에 섞어 해양으로 방류키로 결정했다. 도쿄전력은 올 8월 24일 1차 방류를 진행했고, 지난달 20일에는 3차 방류를 종료했다. 내년 초 4차 방류를 앞두고 있다.
외무성 관계자는 “해양 방출되는 처리수는 정화 설비인 ALPS를 거치며 방사성물질을 완전히 걸러낸다”며 “방사성 농도가 기준치 이하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비행기를 타거나 병원에서 엑스레이를 촬영 때 쬐는 방사선보다 훨씬 낮은 수치라고 덧붙였다. 또 “ALPS가 제거하지 못하는 삼중수소는 해수로 희석한다”며 “이를 통해 WHO가 규정한 양의 1/7수준으로 떨어트린다”고 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ALPS로 처리한 오염수에 100배에 달하는 해수를 섞어 방출할 경우 삼중수소의 농도는 1L당 1500Bq 이하가 된다고 추정한다. WHO가 정한 삼중수소의 음용 기준은 1L당 1만Bq이다.
|
외무성 측은 “삼중수소 방출은 국제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것”이라며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방출 예정인 삼중수소 양은 다른 나라들의 원전 방출량에 비해서도 낮은 수준”이라고 했다. 특히 “일본은 해양 방류 시작 2년 전부터 IAEA 리뷰(점검)를 해왔고, 해양 방류 이후에도 IAEA 리뷰를 지속할 것”이라며 “다른 나라에서 하지 않는 IAEA 리뷰를 유일하게 진행하는 만큼 일본이 투명성을 갖고 해양 방출을 실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IAEA는 원자력 분야에 있어 가장 전문적이고 독립적 집단”이라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검증을 위한 IAEA 태스크포스(TF)는 한국·중국·러시아·미국·유럽 등 11국 전문가로 구성돼 그야말로 전세계적 리뷰”라고 했다.
일본 정부는 한국에 포괄적으로 ‘오염수’라고 표현하지 말고 ‘오염수’와 ‘처리수’를 구분해달라고도 당부했다. 경산성 관계자는 “2011년 지진으로 파손된 원자로 내 핵연료 등을 식히기 위해 냉각수를 투입하는데, 망가진 부분이 있어 지하수가 유입되며 발생한 게 ‘오염수’”라며 “오염수는 ALPS를 거쳐 방사성물질 64종을 제거시키는데 이게 ‘처리수’”라고 했다. ALPS를 통해서도 삼중수소는 걸러지지 않지만, 일본이 바다에 방류하는 건 ‘깨끗한 처리수’라는 의미다.
한국 정부가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대해 과학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한 게 한일관계 개선 영향이라고 보냐는 질문에 외무성 관계자는 즉답을 피했다. 이후 “한국 정부는 대다수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과학적 관점에서 생각한 것”이라며 오염수의 과학적 안전성을 다시 부각했다. 같은 질문에 경산성 관계자도 “한국뿐 아니라 대부분 나라가 안전하다고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며 “한일 간 정치적 문제가 아니라 일단 이 문제를 과학적, 중립적, 객관적으로 보면 과격한 반응이 나올 수 없다”고 했다.
중국은 지난 8월 24일 일본이 오염수 해양 방류를 시작하자 곧바로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중단하는 등 양국은 오염수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다. 이에 대해 외무성 측은 “일본 정부는 중국 측의 이야기가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판단한다”며 “일본 정부로서 기회를 마련해 중국 정부에 규제 철회를 요청 중”이라고 밝혔다.
|
도쿄전력의 마유즈미 토모히코 대변인은 2019년 세운 중장기 로드맵을 언급하며 일일 오염수 발생량을 줄여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지표면 포장 등을 통해 2020년 오염수 발생량을 150㎥/일 정도로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이미 달성했다”며 “2025년 내에 오염수 발생량을 100㎥/일 이하로 억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핵연료 잔해 제거 등을 거쳐 2055년께 후쿠시마 원전 폐로 목표도 제시했다.
마유즈미 대변인은 지난 10월 ALPS 배관 청소 중 일어난 작업자 피폭 사고의 구체적 상황도 밝혔다. 작동을 정지시킨 ALPS 배관을 빼내 약액을 넣어 세정해야 했는데 관 사이의 밸브가 약간 열려 있었다고 한다. 약액이 그 사이에 붙어있던 탄산염을 만나 압력이 순간적으로 높아지며 호스가 요동쳤다. 호스로부터 나온 ALPS 배관의 방사성 물질 포함 액체가 두 명의 작업자를 덮쳤다. 마유즈미 대변인은 “밸브를 제대로 잠그지도 않았고, 호스를 단단히 고정하지도 않았다”며 “작업원이 입어야 할 우비도 입지 않는 등 세 가지 요인으로 사고가 발생했다”고 했다. 당시 작업자들은 치료를 받은 뒤 양호한 몸 상태로 퇴원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 작업은 하청 업체에서 진행했던 것”이라면서도 “후쿠시마 원전 작업의 안전 관리는 도쿄전력 책임인 만큼 재발 방지에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
그러나 도쿄전력의 이같은 약속으로부터 열흘이 지나 후쿠시마 원전에서의 작업 도중 피폭 사고가 또다시 발생했다. 도쿄전력은 “11일 오전 후쿠시마 제1원전 2호기의 폐로 작업에 참여하던 협력업체 20대 남성 직원이 방사성 물질로 안면 부위가 오염됐다”며 “피폭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남성은 마스크와 우비 등 방호 장비를 착용한 채 작업했다. 하지만 아직 확인되지 않은 이유로 마스크 등에 묻었던 방사성 물질이 얼굴을 오염시킨 것으로 전해진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