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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매체가 전한 트럼프의 ‘북핵 용인론’…실현되면 한반도 격변

연합뉴스 조회수  

북한 비핵화 현실적 어려움 속 ‘동결-제재 완화’ 맞교환 구상

실현시 한국내 ‘자체 핵무장·美전술핵 재배치론’ 힘받을듯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대좌한 트럼프와 김정은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대좌한 트럼프와 김정은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가 1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사실상 용인하는 것을 전제로 한 ‘거래’를 재집권시 추진할 대북 정책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해 파장이 예상된다.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동결하고 새로운 핵무기 개발을 중단하면 그에 대한 검증 수용을 요구하는 한편, 대북 경제제재를 완화하고 다른 형태의 일부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검토하는 구상의 하나라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이 같은 보도 내용에 대해 트럼프 캠프 대변인은 일단 부인하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미국 전통의 외교문법을 거부한 채 북미정상회담에 나섰던 트럼프 전 대통령 1차 집권기의 ‘파격’을 감안하면 트럼프의 직접적인 입장 표명 전에는 보도의 진위를 속단하기 어려워 보인다.

폴리티코가 보도한 내용은 사실 완전히 생경한 구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북한 비핵화 목표 실현이 점점 요원해 보이는 상황에서 미국 조야를 비롯한 일각에서 제기되어온 ‘북핵 플랜 B’ 구상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미일 3국 정부가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유지하고 있긴 하지만 북핵이 점점 고도화하는 상황에서 일단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해 북핵 동결이라도 우선 추진하자는 구상은 줄곧 제기되어 왔다.

핵 보유를 헌법에까지 명기한 북한이 스스로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이 희박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거부권을 가진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에 대한 제재 강화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완전한 비핵화’에 집착하면 대화 자체가 되지 않으니 비핵화는 장기 목표로 돌리고 당분간 상황 관리에 치중하자는 취지다.

트럼프의 거부로 성사되진 못했지만,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제안한 ‘영변 핵시설 폐기-주요 제재 해제’의 맞교환도 이런 구상의 한 ‘변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현재 보유 중인 핵탄두와 핵무기 원료들을 그대로 보유한 채 제재 완화를 받는 것은 사실상 북한을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과 같은 ‘비공인 핵보유국’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하게 된다는 지적이 많다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등은 핵무기 보유가 국제적으로 공인된 안보리 상임이사국(미·중·러·영·프)이 아님에도 핵무기를 보유한 채 다른 나라들과 정상적인 외교관계와 교역을 하고 있는데, 북한도 그 그룹에 들어갈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이런 구상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사실상 묵인하는 대가로 북한을 미국 편으로 끌어들여 북한을 중국 견제의 전초 기지 또는 미중 사이의 중립지대로 만든다는 미국 일부 전략가들의 ‘빅딜’ 구상과 연결되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사실상 용인하는 상황은 한국과 일본으로선 받아들이기 어려울 전망이다.

핵무기라는 최대의 안보 위협 수단을 보유한 북한이 북미관계 개선을 앞세워 국제무대의 전면에 나서는 것은 한반도와 동북아의 기존 질서를 뒤흔들게 될 것이며,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북한이 쥐게 됨을 의미할 수 있다는 것이 일부 외교 소식통들의 지적이다.

따라서 폴리티코 보도가 현실화하면 한국과 일본에서는 미국의 핵우산정책에만 안보를 맡길 수 없다면서 자체 핵무장론 또는 미국의 전술 핵무기 재배치론이 본격 제기될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올해 윤석열 대통령의 4월 국빈 방미 때 합의한 ‘워싱턴 선언’을 통해 미국의 대한국 확장억제(핵우산) 공약이 강화했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하다는 여론이 힘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사실상의 북핵 용인이 현실화할 경우 한국의 자체 핵무장론을 촉발할 뿐 아니라, 한미동맹과 주한미군 주둔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북핵 용인론’은 트럼프 집권 2기 출범시 그의 파격적 정책을 견제할 인물이 진영 안에 존재할 것인지에 대한 회의론으로 인해 더욱 큰 관심과 우려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워싱턴의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집권 2기 외교안보팀의 인적 구성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비전통적인 대북 드라이브를 견제할 인물이 부재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집권 1기 때만 해도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 허버트 맥매스터 전 국가안보보좌관, 존 켈리 전 비서실장 등 한미관계와 동맹, 주한미군 주둔의 ‘현상 변경’을 막는 견제 세력 역할을 한 전직 장성 출신 등이 존재했다.

또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영변 핵시설 폐기와 주요 제재 해제를 맞바꾸는 구상을 거부한 데는 존 볼턴 당시 국가안보보좌관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트럼프 집권 2기가 열리면 외교안보라인에 ‘전통적 동맹주의자’ 대신 ‘미국 우선’을 강조하는 트럼프 진영의 ‘내부 인사’들이 대거 기용될 가능성이 크며, 그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이견을 낼 인물이 없을 수 있다고 많은 전문가가 지적한다.

아울러 이번 보도의 진위와 관계없이, ‘트럼프 재집권’에 대한 북한의 기대가 커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25년 1월까지인 바이든 행정부 1기 임기 안에 북미대화의 단절 및 한반도 긴장 상황을 유지하면서 트럼프 집권 이후에 외교적 기회의 창이 열리길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
트럼프 전 대통령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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