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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벗 논의, 가시화됐다” Fed, 내년 세차례 인하 시사…시장은 환호(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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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한편, 내년 금리 인하를 공식 예고했다. 점도표를 통해 내년 말 금리 전망치를 4.6%(중앙값)로 낮추면서 한 해 동안 세 차례 인하가 가능함을 시사했다.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인 Fed에 시장은 “이른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즉각 환호했다.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새 점도표서 내년 말 금리 4.6% 전망…”비둘기 파월”

Fed는 13일(현지시간) FOMC 정례회의 후 공개한 정책결정문을 통해 연방기금금리를 기존 5.25~5.5%로 만장일치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9, 11월에 이어 3연속 동결 결정이다. FOMC는 “최근 지표는 경제활동이 3분기 강한 속도에서 둔화(slowed)했음을 시사한다”면서 “인플레이션은 지난 1년간 완화됐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동결로 한·미 간 금리 격차는 2%포인트(미 금리 상단 기준)를 유지했다.

일찌감치 금리 동결이 예상돼왔던 만큼, 이날 시장의 관심은 향후 전망을 담은 점도표에 쏠렸다. Fed는 새 점도표에서 내년 연말 금리 전망치를 기존(9월) 5.1%에서 4.6%로 낮췄다. 앞으로 한 해 동안 0.75%포인트 즉, 0.25%포인트씩 3차례 금리 인하가 가능함을 예고한 것이다. 점도표에 따르면 FOMC 위원 19명 중 17명이 내년 금리 인하를 예상했다. 가장 많은 6명이 내년 금리 수준을 4.5~4.75%로 내다봤다. 가장 낮은 전망치(1명)는 3.75~4.0%였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직후 기자회견에서 “정책 완화(금리 인하)가 언제부터 적절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가시화됐다”고 밝혔다. 그는 통화정책결정문 내 ‘추가적인 정책 강화 범위’ 문구 앞에 ‘어떤(any)’이라는 단어가 추가된 것이 ‘더 이상 금리 인상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냐는 질문에는 “금리가 정점을 찍었거나 다다랐다는 인지를 기반으로 붙은 것”이라고 답변했다. 추가 긴축에 대한 Fed의 뉘앙스 변화가 읽히는 대목이다.

또한 파월 의장은 “추가 금리 인상을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이어 “물가안정목표 2%를 향해 가고 있다는 명확한 증거를 확인할 때까지 제약적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금리 인상이 60~90일 전처럼 더이상 기본 시나리오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평소 모호한 답변으로 잘 알려진 파월 의장의 특성을 고려할 때 이날 기자회견은 예상보다 더 비둘기파적이었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인플레이션, 노동시장에 대한 진단에서도 비둘기파적 색채가 확인됐다. 당장 통화정책결정문 내 “인플레이션이 지난 1년간 완화됐다(has eased over the past year)”는 표현이 새롭게 추가된 것이 대표적이다. 트레이드스테이션의 데이비드 러셀 글로벌시장전략책임자는 “Fed가 인플레이션 완화를 인정했기에 비둘기파적”이라며 “공격적 긴축 조치를 취할 필요성이 덜하다는 것을 나타내는, 표현의 변화”라고 평가했다. 파월 의장은 노동시장과 관련해서도 “극심한 구인난 시대는 지나갔다”면서 “노동시장의 균형이 맞춰지는 것을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기침체 가능성에는 거리를 뒀다. 그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면서도 “경제가 불황에 빠졌다고 생각할 근거가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발언은 시장의 연착륙 기대감을 한층 강화시켰다. 알리안츠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찰리 리플리 수석투자전략가는 “파월 의장은 확실히 비둘기파적 분위기를 조성했다”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승리 선언뿐 아니라, 연착륙 기반을 마련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이토로의 칼리 콕스 역시 “Fed가 연착륙이 성공했다고 믿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Fed는 경제전망 업데이트를 통해 내년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률 전망치를 2.5%에서 2.4%로 낮췄다. 내년 말 성장률 전망치는 1.5%에서 1.4%로 소폭 하향했다. 반면 실업률 전망은 4.1%를 그대로 유지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큰 일자리 손실없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수 있다는 Fed 당국자들의 자신감이 커지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보도했다.

상반기 인하에 무게 쏠려…뉴욕증시 랠리

관건은 이러한 연착륙 자신감 속에서 언제부터 금리 인하가 시작되느냐다. 시장에서는 당장 내년 상반기 금리 인하 전망이 한층 강화됐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현재 Fed가 내년 3월 또는 내년 5월에 금리를 0.25%포인트 이상 인하할 가능성은 각각 78%, 97%이상 반영하고 있다. 이날 오전까지만해도 각각 48%, 78%선이었다. 골드만삭스는 당초 3분기 인하를 예상해왔으나 이날 FOMC 이후 6월로 전망시기를 앞당겼다.

시장은 환호했다. 뉴욕증시의 3대지수는 이날 일제히 1%이상 상승해 거래를 마쳤다. 블루칩으로 구성된 다우지수는 사상 처음으로 3만7000선을 돌파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도 올해 1월 이후 처음으로 4700선을 넘어섰다. 국채 금리는 하락했다. 뉴욕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4.0%선으로 내렸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4.43%선으로 밀렸다. 볼빈 웰쓰 매니지그룹의 지나 볼빈 회장은 “Fed가 시장에 이른 (크리스마스)연휴 선물을 줬다”면서 “산타 랠리가 계속될 수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시장의 금리 인하가 지나치게 확산하는 것에 대한 경계감도 존재한다. 전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출신인 데니스 록하트는 “현 시점에서 내년 몇차례 인하를 단행할 지에 대해 (Fed 내에서) 긴밀한 합의를 이루고 있다고 보여지진 않는다”면서 “시장은 당국자들보다 앞서가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히틀 캘러한앤코의 브래드 콩거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오늘 성명은 파월 의장으로선 시장이 정책을 약화시키는 것을 억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면서 “그 대신 그들은 임무 완수를 자축하는 기회로 삼았다”고 우려했다. 데이비드 캘리 JP모건 수석글로벌전략가는 “경제에 가장 위험한 시기는 긴축적인 Fed가 완화로 돌아설 때라는 점에서 약간 우려된다”면서 소비자들이 금리 인하를 기다리는 동안 대출수요 등이 급감하면서 경제에 부정적 여파가 확인될 수 있다고 짚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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