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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후 사라질 야생동물 카페 240곳…라쿤·미어캣 어디로 가나

연합뉴스 조회수  

유기·방치 우려…”4년 유예기간 동안 당국 체계적 관리·감독 필요”

유기동물 보호소 수용 방침에 카페 업주들 “적합한 환경 제공할지 의문”

서울 마포구 이색동물 카페
서울 마포구 이색동물 카페

[촬영 김정진]

(서울=연합뉴스) 김정진 장보인 기자 =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 한 이색동물 카페.

카페 사장 김현정(40) 씨가 “벨라” 하고 부르자, 구석에 있던 여우 한 마리가 다가왔다. 간식 냄새를 맡은 여우는 손님들 무릎 위로 올라와 간식을 받아먹었다.

손님들은 연신 그 모습을 찍고 여우를 쓰다듬었다. 벨라를 비롯한 여우 6마리가 카페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는 동안 라쿤, 미어캣 등 다른 동물들을 관찰하는 손님들도 있었다.

이 같은 도심 속 야생동물 카페 운영이 14일부터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지난 5일 통과된 ‘동물원 및 수족관 관리에 관한 법률'(동물원수족관법)과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야생생물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되면서다.

법은 기존에 운영되던 카페에 한해 2027년 12월 13일까지 4년간 유예기간을 뒀다. 다만 이 기간에도 야생동물을 만지거나 올라타는 등 행위는 금지된다.

동물 복지 제고와 야생동물 관리 강화 차원에서 만들어진 이 개정안은 일정 이상 규모의 동물원, 수족관이 아닌 곳에서는 전시업을 할 수 없도록 했다.

이에 따라 전국 야생동물 카페 240곳(2021년 환경부 전수조사)이 4년 내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다.

서울 마포구 이색동물 카페 내 미어캣들
서울 마포구 이색동물 카페 내 미어캣들

[촬영 김정진]

일각에서는 카페가 보유하고 있던 동물들의 체계적인 관리·감독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코로나19 시기 폐업한 카페 일부가 키우고 있던 동물을 방치·유기했던 상황이 반복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다.

동물 카페들이 식품접객업소로 등록돼 확실한 실태 파악이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정책팀장은 연합뉴스에 “카페가 폐업할 때 영업에 이용되던 동물들이 필요 없어지면서 관리가 안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며 “환경부와 지방자치단체 등 관련 기관이 함께 모니터링하며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동물행동권 카라 관계자도 “유예기간 동안 동물들이 방치·유기되거나 복지가 저해되지 않는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며 “일반음식점 등으로 등록된 곳도 있다. 지자체별로 통계를 내 현황을 파악하고 개체 관리 카드를 작성하게 하는 등 ‘준(準)동물원’ 수준으로 운영될 수 있게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개정안이 시행되는 이날까지 환경부는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하지 않은 상태다.

환경부 관계자는 “법이 시행되면 야생동물 카페 내 동물 보호·관리 계획을 차차 수립해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환경부는 유예기간 종료 후 카페 업주가 원할 경우 동물들을 충남 서천 외래유기동물보호소에서 보호할 계획이다.

이달 준공식을 앞둔 이 보호소는 300∼400마리를 수용할 수 있다. 2025년 말에는 최대 동물 600∼800마리를 보호할 수 있는 또 다른 보호소도 지어진다. 보호시설이 부족할 경우에는 야생동물 구조센터를 통해 임시 보호를 하거나 동물원으로 보내는 등 다른 시설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일부 업주는 동물들이 보호소에서 제대로 관리받을 수 있을지 의구심을 표하기도 한다.

조류·파충류·포유류 등 다양한 종류의 동물을 수용할 보호소가 개별 동물에게 적합한 환경을 충분히 제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지적이다.

서울 마포구 이색동물 카페 내 라쿤
서울 마포구 이색동물 카페 내 라쿤

[촬영 김정진]

이들은 이 동물들이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며 야생성을 잃었다는 점도 당국이 간과한다고 주장했다.

인천 계양구에서 8년째 라쿤 카페를 운영 중인 손모(62) 씨는 “지금 카페에 있는 라쿤 대부분은 사람과 함께 산 4세대로 야생성을 모두 잃었다”며 “일부는 방생한다는 얘기도 있던데 라쿤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무턱대고 만든 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카페에서 키우는 라쿤 7마리를 보호소에 보내지 않겠다고 했다.

마포구 야생동물 카페 사장 김씨도 미어캣, 라쿤, 여우 등을 가리키며 “모두 집에서 태어나 개·고양이와 다를 바 없는 반려동물인데 야생동물이라며 운영을 금지한다고 하니 황당하다”며 “가족처럼 키워 온 아이들을 보호소에 보낼 순 없다”고 했다. 그는 “4년 뒤 이곳 문을 닫아야 한다면 시골로 이사하는 한이 있어도 끝까지 책임질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stopn@yna.co.kr

boin@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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