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버드대 이사회가 유대인 혐오 논란으로 퇴진 압력을 받았던 클로딘 게이(53) 총장의 유임을 결정했다.
뉴욕타임스(NYT)는 12일(현지시간) 하버드대 이사회가 이날 성명을 통해 “게이 총장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 성명에는 당사자인 게이 총장을 제외한 이사회 멤버 전원이 서명했다. 사실상 만장일치로 유임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사회는 “철저한 논의 끝에 게이 총장이 현재 하버드대가 마주하고 있는 어려운 사회적 문제들을 해결하고, 공동체를 치유하는 데 적합한 지도자라는 사실을 재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이사회는 “지난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테러에 대해 하버드대는 더욱 분명하게 비난과 반대 입장을 밝혔어야 한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게이 총장은 지난 5일 연방 하원 교육위원회가 아이비리그 명문대 내부의 유대인 혐오 여론 등과 관련해 개최한 청문회에 출석한 이후 사퇴 압력을 받아왔다. 취임 6개월도 되지 않은 게이 총장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발발 직후 하버드대가 하마스나 테러에 대한 규탄 성명을 발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아왔으며, 청문회에 소환됐다.
그는 청문회에서 공화당 엘리즈 스테파닉 의원이 ‘유대인을 학살하자’는 일부 학생들의 과격한 주장이 대학의 윤리 규범 위반이 아니냐는 물음에 “하버드는 폭넓은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다”고 답변해 논란이 됐다. 이후 자신에 대한 사퇴 주장이 확산되자 게이 총장은 교내 신문을 통해 “의원들의 질문이 쏟아지면서 집중력을 잃었다”면서 “분명하게 정신을 차려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유대인에 대한 폭력 선동과 유대인 학생들에 대한 위협은 하버드대에 발붙일 수가 없고, 반드시 합당한 조처가 내려질 것”이라고 수습했다.
이후 하버드대 교수진과 동문회 등이 게이 총장에 대한 지지 선언을 했고, 이날 이사회가 유임을 결정하면서 게이 총장은 자리를 지키게 됐다. 게이 총장과 함께 하원 청문회에 참석한 뒤 역시 유대인 혐오 논란에 휩싸였던 엘리자베스 매길 펜실베이니아대 총장은 지난 9일 사퇴했다.
게이 총장은 지난해 12월 하버드대 최초의 흑인 총장으로 선출돼 지난 7월부터 제30대 총장의 임기를 시작했다. 게이 총장 선출 당시 미국 사회는 1636년 세워진 하버드대에서 흑인 총장이 탄생하는 건 386년 만에 처음이며, 하버드대 사상 두 번째 여성 총장이라는 사실로 떠들썩했다.
1970년 뉴욕의 한 아이티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대부분을 뉴욕에서 보내다 미 육군 공병대에서 일하는 아버지를 따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살았다. 이후 미국에 돌아와 스탠퍼드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1992년 스탠퍼드대를 졸업하고, 1998년 하버드대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가 쓴 박사 학위 논문은 정치학 분야 최고의 논문으로 인정받으며 하버드대로부터 ‘토판상(Toppan Prize)’을 수상하기도 했다.
2000년 스탠퍼드대 정치학과에서 교수 생활을 시작해 2006년 하버드대로 옮겼다. 게이 총장은 흑인 등 소수 인종의 선출직 진출이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빈곤층에 대한 주택 등 거주 지원 정책이 이들의 정치 참여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를 주로 연구했다.
2015년 7월 하버드대 사회과학 분야 학장, 3년 뒤 하버드대에서 가장 큰 규모의 학부 문리대 학장으로 임명됐고, 지난해 총장으로 선출됐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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