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패션 브랜드 자라(ZARA)의 새 광고가 논란이 일자 공개 하루 만에 철회됐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전쟁의 민간인 희생자들을 연상시킨다는 소비자들의 반응이 터져나왔기 때문이다.
11일(현지시각) 자라는 공식 온라인몰에 모델이 흰색 천으로 감싼 마네킹을 어깨에 둘러멘 광고 사진을 공개했다. 해당 광고 사진들은 자라가 지난 7일 출시한 ‘더 재킷’ 컬렉션 광고였다.
해당 사진들에는 흰색 천에 싸인 동상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 모습도 담겼다. 모델 주변에는 금이 간 돌, 부서진 조각상, 깨진 석고보드가 놓여 있었다.
그러나 해당 광고 사진들이 공개되자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사진들이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으로 사망한 민간인들을 연상시킨다는 이유에서다.
자라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팔레스타인 깃발과 함께 수만개의 비판 댓글이 달렸다. 일부는 자라의 광고 사진을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으로 사망한 가족의 주검을 흰색 천으로 감싸 옮기는 사람들의 모습과 비교하기도 했다. 엑스(X·옛 트위터)에서는 불매운동을 뜻하는 해시태그 ‘#보이콧자라’가 확산됐다.
일부 친팔레스타인 시위대는 지난 11일 튀니지 수도 튀니스의 자라 매장 앞에서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들며 항의 시위를 벌였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또 일부 시위대는 입에 테이프를 붙인 채 독일의 자라 매장에 들어가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참상을 보여주는 사진을 흔들며 항의 시위를 벌였다.
논란이 커지자 자라는 12일 광고 사진들을 모두 삭제했다.
자라는 이날 인스타그램에 성명을 올려 “유감스럽게도 일부 고객이 현재 삭제된 이미지에 불쾌감을 느꼈고, 제작 당시 의도한 것과는 다른 모습을 봤다”고 해명했다.
자라는 해당 광고 사진을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발발 전인 지난 7월 기획했고 9월 촬영했다고 설명했다. 자라는 “조각가의 스튜디오에서 미완성된 조각품의 이미지를 촬영한 것”이라며 “예술적 맥락에서 수공예 의류를 선보이기 위한 목적으로만 제작했다”고 덧붙였다.
영국 광고표준청(ASA)에는 자라 광고에 대한 110건의 민원이 접수되기도 했다. 광고표준청은 “불만을 제기한 사람들은 자라의 광고 이미지가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을 연상케 하고 불쾌감을 준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자라가 광고를 삭제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조처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겨레 조윤영 기자 / jy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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