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정부 지원방안 첫 발표…”고립·은둔 사회적비용 7조원 달해”
‘원스톱 창구’서 상시 발굴…전담조직 설치하고, 전담관리사 투입
사회적응 돕고 구직의욕 갖도록 ‘맞춤형 프로그램’ 제공
“코로나19로 사회관계망 약해져…이젠 정부가 나설 것”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스스로를 자신만의 공간에 가둔 54만명의 고립·은둔 청년이 세상으로 나올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나선다.
원스톱 상담창구를 마련해 고립·은둔 청년을 상시 발굴하고, 전담 관리사를 투입해 이들의 사회 적응과 취업 의욕을 돕는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예방에서 발굴, 사후관리에 이르는 전방위 지원체계를 구축한다.
정부는 13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청년정책조정위원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고립·은둔 청년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개별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대책은 있었지만, 중앙정부가 고립·은둔 청년에 대한 범정부 대책을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그만큼 문제가 심각하다는 얘기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사회 활동이 현저히 줄어 긴급한 상황에서 도움을 받기 힘든 ‘고립청년’이 54만명, 이들 중 사회활동을 하지 않고 제한된 공간에 스스로를 가둔 ‘은둔청년’이 24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청년재단은 고립청년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7조원으로 추정했다.
우선 비대면으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원스톱 도움 창구’를 내년 하반기 마련해 고립·은둔 청년을 상시 발굴한다.
사회적 관계가 단절된 이들 청년의 주된 활동 공간이 ‘온라인’이라는 점을 고려해 비대면으로 언제든 도움을 청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보건복지부 소관 공공사이트에는 자가진단시스템을 마련해 고립·은둔 위기 정도를 진단할 수 있도록 한다. ‘129 보건복지상담센터’에 청년 항목을 신설해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 친구 등도 도움을 요청하도록 한다.
대학생 자원봉사단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위기 청년을 발굴한다.
보육원 등 보호시설의 보호 종료 5년 이내인 자립준비청년은 고위험군으로 여겨진다. 이들을 돕기 위해 ‘탈고립·은둔 전담인력’이 관련 기관에 배치된다.
이렇게 발굴된 고립·은둔 청년을 맞춤형으로 지원하기 위해 내년부터 ‘청년미래센터'(가칭)가 운영된다.
전담 사례관리사가 도움을 요청한 청년들을 만나 심리상담, 대인접촉 확대 등 일상회복, 가족·대인관계 회복, 일 경험 등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최근 1만2천1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고립·은둔청년 심층조사 과정에서 도움을 요청한 1천903명은 우선 지원 대상이 된다.
내년에 4개 광역시도를 선정해 2년간 청년미래센터를 시범 운영한 후 전국으로 확대한다. 내년도 예산은 13억원으로, 32명의 전담 인력이 배치된다.
정서적 취약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케어프로그램’은 올해 5곳에서 내년 9곳으로 확대해 고립·은둔청년이 지원받도록 한다.
고립·은둔 청년은 기존에 운영 중인 ‘청년마음건강 서비스’의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다. ‘일상돌봄 서비스’를 통해 돌봄·가사·식사 등도 지원받을 수 있다.
특화형 매입임대제도를 통해 이들의 공동생활·커뮤니티 공간 마련도 돕는다.
고립·은둔청년의 발생을 줄이기 위해서는 청소년과 청년이 학교나 직장 등에 잘 적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한 다각적인 대책도 마련한다.
학교 폭력이나 부적응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을 돕는 ‘학생맞춤통합지원 선도학교’는 올해 96곳에서 내년 248곳으로 늘린다.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에도 내년부터 고립·은둔 전담인력을 36명 배치한다.
사회초년생을 대상으로 회사 적응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교육하는 ‘청년성장프로젝트’를 신설한다.
청년들이 취업 초기 직장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기업과 힘을 합쳐 ‘온보딩(On-Boarding) 프로그램’도 실시한다. 기업 경영자는 청년친화적 조직문화를 배우고, 청년은 조직 내 성장방법과 소통·협업 등을 배운다. 내년 44억원을 투입한다.
이번 지원 방안은 청년기본법상 청년 연령인 19∼34세가 대상이지만, 이 연령대를 벗어나더라도 절실하다고 판단될 경우 지원 대상이 된다.
정부는 고립·은둔청년 문제가 심각해진 데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사회적 관계 안전망이 약해지고, ‘쉬었음’ 청년이 늘어난 탓이 크다고 본다.
중대한 질병이나 장애 없이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이른바 ‘쉬었음’ 청년은 2016년 24만9천명에서 올해 7월 40만2천명으로 급증했다.
우울하거나 낙심할 때 대화할 사람이 없다는 비율 역시 2019년 21.8%에서 올해 31.6%로 크게 높아졌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번 지원방안은 고립·은둔 청년만을 대상으로 한 정부의 첫 종합대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힘들어하는 청년들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 다양한 사회문제를 선제적으로 예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bkkim@yna.co.kr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