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 “초선 불출마 쇄신 마중물 돼야…이재명도 결단해야”
친명 “인적쇄신 자연스럽게”…내심 ’86·올드보이 불출마’ 기대
(서울=연합뉴스) 설승은 기자 =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 2명이 13일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미래에셋대우 사장 출신으로 지난 21대 총선 당시 영입 인재로 여의도에 입성했던 초선 홍성국 의원(세종갑)과 판사 출신인 초선 이탄희 의원(경기 용인정)은 이날 잇따라 금배지를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홍 의원은 브리핑에서 “지금의 후진적인 정치 구조가 가지고 있는 한계로 인해 성과를 내지 못했다. 정치권은 제로섬으로, 내가 이기기 위해 남을 제거해야 하는 전쟁이다”라며 불출마 배경을 설명했다.
이 의원(경기 용인정)은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를 반대하며 불출마 선언을 했다. 그는 “내가 가진 것도, 가질 가능성이 있는 것도 다 내놓겠다.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만 지켜달라”고 했다.
친윤(친윤석열) 핵심인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민주당에서 적지 않은 관심을 끈 가운데 당내 초선 2명이 불출마를 결정하자 비주류는 이날 인적 쇄신의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에선 현재 국회의장 출신의 6선 박병석 의원과 4선 우상호 의원, 초선으로 소방관 출신의 오영환 의원과 교사 출신의 강민정 의원에 더해 홍성국·이탄희 의원까지 총 6명이 불출마 선언을 했다.
주류 인사 중에선 불출마 결단을 내린 사례가 없고, 작년 6월 3선의 홍익표 원내대표가 지역구(서울 중·성동갑)를 ‘험지’인 서초을로 옮긴 정도다.
‘원칙과 상식’ 소속 이원욱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대한민국 정치와 민주당이 홍 의원을 버렸다”며 “민주당 권력 친명 기득권 정치인들은 꿈쩍도 안 하며 요직을 차지하고 공천권을 쥐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당은 국민의힘보다 못하다. 장제원 의원도 하는데 이재명 대표는 왜 못하나. 친명 인사들은 왜 안 하나”라며 “선도적 결단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계파색이 옅은 한 의원도 “두 사람의 불출마가 당의 인적 쇄신에 마중물이 됐으면 한다”며 “오히려 일 잘하는 초선들만 그만두는 상황을 국민들이 어떻게 납득할까”라고 우려했다.
비주류는 이재명 대표 등 지도부에 대한 ‘희생과 결단’을 압박했다.
‘원칙과 상식’ 소속 김종민 의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여당을 쫓아가기라도 해야 한다”며 “당 대표와 지도부, 586 중진, 친명(친이재명)·비명(비이재명) 모두 책임 있는 대표적 인사들이 선당후사의 결단을 하라”고 말했다.
특히 이 대표가 당의 텃밭인 인천 계양을에 재출마할 가능성과 관련해, “‘방탄 출마’가 아니라는 걸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험지 출마론’을 거듭 제기했다.
한 비명(비이재명)계 의원은 “혁신은 주류에서부터 시작된다”며 “불출마든, 험지 출마든 결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도부는 이달 말 공천관리위원회 출범과 함께 본격 공천 국면에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의원들의 ‘결단’이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YTN 라디오에서 인적 쇄신과 관련, “자연스럽게 시작될 것이며, 그 전에 산발적으로 인적 쇄신이 있었다”며 “(추가로 나올) 가능성은 열려있고 총량을 봐도 당은 이미 많이 해왔다”고 언급했다.
당 주류는 그러면서도 내심 쇄신 경쟁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선 기득권의 희생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여당에서 만약 주류의 ‘도미노 불출마’가 현실화하고 야당은 상대적으로 잠잠할 경우 ‘정권 심판’ 구도가 희미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당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장 의원의 불출마는 당연히 압박된다”며 “다선이나 586, ‘올드보이’ 등에 대해 총선 전략에 따라 당이 불출마 결단을 요구할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대표에 대한 험지 출마 요구에 대해선 “떠밀려 결정하면 안 되고, 본인의 판단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s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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