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색조부터 보고 스킨케어 갈까? 사람들 더 오기 전에 빨리 돌아야 해.”
13일 오전 9시 30분 서울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2023 올리브영 어워즈&페스타’ 행사장 안에서 만난 직장인 정 씨(27세)는 다급해진 목소리로 세 명의 친구들에게 이같이 말했다. 손에는 입장 당시 받은 더플백과 안내 지도가 들려있었다. 연차를 내고 아침 일찍 행사장을 찾았다는 정 씨는 “지난해에도 왔는데 너무 좋았기에 올해는 친구들과 함께 왔다”며 “이 친구는 청주에 사는데 새벽 첫 차 타고 올라왔다, 오늘 다 보고 가야 한다”며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다.
올리브영 어워즈&페스타는 올리브영이 5회째 열고 있는 뷰티 행사다. 5일간 오전, 오후 나누어 10회(1회당 1500명 입장) 진행된다. 일 년 동안 올리브영에서 인기가 많았던 상품을 시상하고, 소비자들에게는 해당 브랜드를 체험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가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인지도나 규모 면에서나 국내 뷰티 행사 중에선 최고로 꼽힌다. 올해는 79개의 브랜드가 참여했다. 한 장소에서 스킨&케어, 색조, 바디케어 등의 제품을 만나 볼 수 있어 ‘뷰덕(뷰티+덕후의 줄임말)’ 들에게는 ‘파라다이스’로 꼽힌다. 올해도 뜨거운 반응을 얻었는데, 총 1만5000여개의 티켓은 판매 시작 30초 만에 모조리 팔렸다. 중고 사이트에선 티켓 가격의 50%나 높게 웃돈거래가 이뤄지기도 했다.
올해 행사의 가장 큰 특징은 ‘일반 티켓(3만원)’과 ‘VIP 티켓(5만원)’으로 차이를 뒀다는 점이다. 지난해에는 일반티켓 하나만 팔았지만, 올해는 9시 30분부터 여유롭게 행사장을 둘러보고 VIP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는 VIP 티켓을 만들었다. 지난해 가격(2만7000원)만 놓고 보면 2배가량 비싸진 셈인데, 대체로 반응은 호의적이었다. 일반티켓 입장 시간(10시 30분) 전 한 시간 동안 붐비지 않게 행사장을 둘러보고 체험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다만 VIP 전용 라운지가 생기면서 행사장 내 부스가 좁아진 것은 아쉬운 점으로 꼽혔다. VIP 티켓을 구매해 입장했다는 대학원생 최 모 씨(25세)는 “사람들에 치이지 않고 구경할 수 있는 점은 좋았지만, VIP 라운지가 생기면서 지난해보다 부스들이 좁아졌다”며 “참여 브랜드도 지난해엔 100곳 정도였던 것 같은데 올해는 더 적어진 듯한 느낌을 받아 웃돈 주고 오지는 않을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행사가 진행된 지 40여분 정도 지나자 가벼웠던 참가자들의 더플백은 무게가 꽤 나가 보였다. 각 브랜드 부스에서 사진찍기, 제품 브랜드와 관련된 퀴즈 풀기, 뽑기, 짝 맞추기 등 시각적 즐거움을 주는 콘텐츠들을 체험한 후 받은 사은품으로 가득 채워진 듯했다. 올리브영은 올해 사은품만 오가는 행사로 끝나기보다는 체험형 콘텐츠에 집중해 브랜드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도록 했다. 한 스킨케어 매장 대기 줄에서 만난 모녀 참가자는 “지난해에는 샘플 받으려면 인스타그램에 게시물을 올려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불편한 부분이 있었는데 올해는 직접 만져보고 눈으로 보게끔 만든 것 같다”며 “다만 사은품으로 정품을 주는 곳이 지난해보단 줄어든 것 같다”고 토로했다.
한편 행사장 곳곳에선 외국인들도 눈에 띄었다. 한 브랜드 초청으로 행사장을 방문했다는 독일인 틱토커 테리사씨(대학원생)는 “전 세계적으로 K뷰티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이렇게 보게 돼서 너무 좋다, 10점 만점에 10점”이라고 전했다. 한 곳에선 59만명의 팔로워를 지닌 중국 왕훙(인플루언서) 페이제씨가 올리브영의 스킨케어 자체브랜드(PB)인 ‘브링그린’과 ‘바이오힐보’를 판매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른 아침이었지만 실시간 접속자 수만 8000명에 달했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내년 초 중국에 바이오힐보 제품을 본격 판매할 예정인데 이에 맞춰 왕훙과 함께 콘텐츠를 진행하게 됐다”며 “현재 틱톡 전체 실시간 방송 6위에 오르는 등 K뷰티에 대한 중국인들의 관심도가 큰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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