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요한 혁신위원장님이 항상 ‘작은 물결이 큰 파도를 만들거다’라고 말씀하셨어요. 혁신위가 제시했던 인적쇄신이 이제 시작되는 것 같아 의미가 있다는 생각도 들고, 조금은 착잡하기도 합니다.”
국민의힘 혁신위원회의 ‘막내위원’이었던 박우진 전 혁신위원(경북대 농업생명과학대 학생회장)은 12일 아시아투데이에 장제원 의원의 불출마 선언에 대해 말했다. 박 전 위원은 2000년생 대학생으로 대구와 서울을 오가며 혁신위 활동에 참여했다.
장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보고싶은 아버지! 이제 잠시 멈추려 합니다’라는 글을 남긴데 이어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권고했던 ‘중진·지도부·대통령과 가까운 분들의 불출마 선언 혹은 수도권 험지출마’를 ‘친윤(親尹)’ 중에 친윤인 장 의원이 수용한 셈이다. 국민의힘에서 사그라들 뻔했던 혁신의 불꽃이 되살아나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박 전 위원은 “혁신위 소기의 목적이었던 결단이 이제 하나 둘씩 나오기 시작할 것 같다. 당 대표께서도 결단을 내리시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공식 일정을 비우고 거취 숙고에 들어간 상태다. 당 내에선 장 의원에 이어 초선, 비례, 중진을 아우르는 ‘친윤그룹’도 불출마 혹은 수도권 험지 출마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 전 위원은 장 의원의 결단이 ‘희생 일환’이라는 점을 제대로 보여주려면 ‘엄정한 공천’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희가 중진 등 여러 분들을 서울이나 불출마 선언해주십사 했던 데 대해 ‘대통령실 인사를 공천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며 “이 우려를 불식시키려면 공천관리위원회를 통해 공정하고 엄정한 경쟁, 공천 철자를 밟아야 한다”고 했다.
|
혁신위는 전날 마지막 혁신안을 지도부에 전달하고 활동을 종료했다. 혁신위 임기는 당초 오는 24일까지였지만, 안건들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조기종료를 결정한 것이다. 인 위원장은 혁신위 활동을 종료하며 “50%의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나머지 절반은 당에서 채워주시리라 믿는다”고 했다.
박 전 위원은 그동안 혁신위 활동에 대해 “인요한 위원장님이 (장 의원의 불출마 결단처럼) 이런 움직임이 있을거라고 말씀하셨는데, 몇몇 혁신위원들은 당 지도부가 혁신안건을 ‘그냥 공관위로 넘기겠다’고 하니 불신이 생겼었다”며 “혁신위에 내홍이 일었던 것처럼 외부에 비춰졌던 것도 이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당에서 우리와 소통을 하셨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전날 활동을 조기 종료한 혁신위는 △1호 이준석·홍준표 징계취소 △2호 국회의원 숫자 10% 감축, 불체포특권 전면 포기, 세비 삭감, 현역의원 하위 20% 컷오프 △3호 비례대표 당선권 50% 청년 배치 △4호 전략공천 원천 배제 △5호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보좌관 신설과 과학기술인재의 공천 확대 △6호 중진·지도부·친윤그룹 희생을 제안했다.
국민의힘은 1~5호 혁신안 가운데 일부를 관련 기구에서 흡수했다. 최고위원회의에서 1호 혁신안을 의결했고, 총선기획단은 내년 국회의원 선거 공천 후보자 서류를 접수할 때 ‘불체포특권 포기’ 서명을 받겠다고 밝혔다. 당무감사위원회의 경우 최근 현역의원 하위 22.5%(46명)에 대한 컷오프를 공관위에 권고하기로 발표한 상태다. 혁신위가 권고한 20%를 웃도는 규모다. 장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6호 희생 혁신안도 수용됐다.
한편 장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정계 입문을 고민하던 시절부터 소통했던 당내 최측근으로 꼽힌다. 윤 대통령이 당내 경선 예비후보 시절 장 의원이 종합상황실 총괄실장을 지냈고, 대통령 당선 후에는 장 의원이 인수위원회 당선인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윤 대통령의 정계 입문을 도왔던 ‘이마빌딩팀’과 ‘삼성동팀’ 모두 장 의원이 크게 기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