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에 주로 쓰이는 ‘발신 번호 변작 중계기’를 제주시내 호텔 두 곳에 설치한 중국인 불법체류자가 덜미를 잡혔다.
12일 제주서부경찰서는 전기통신사업법 및 출입국관리 위반 혐의로 중국인 불법체류자 A씨(20대. 남)를 구속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A씨는 지난달 6일에서 8일쯤 제주시 연동 호텔 두 곳에 무등록 ‘발신 번호 변작 중계기’를 설치해 운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발신번호 변작 중계기는 ‘070’ 등으로 시작하는 해외 발신 전화번호를 국내 일반 휴대전화번호인 ‘010’ 등으로 바꿔 주는 장치다. 특성상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조직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전기통신사업법에서는 해당 기기 사용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지난달 초 통신사로부터 정보를 입수한 경찰은 제주시내 호텔가를 수색해 지난달 8일과 9일 제주시 호텔 2곳에서 변작 중계기를 발견해 수거했다. 하지만 A씨는 이미 도망가고 난 뒤였다.
경찰은 A씨 행적을 역추적한 끝에 지난 4일 제주시 한 주택에서 검거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누군가 쓰레기통에 던져놓은 중계기를 받아 설치만 했다”며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추적을 통해 A씨가 변작 중계기를 켜놓고 운영한 지 3~4일만에 발견할 수 있었다”며 “다행히 중계기를 통한 발신이나 이와 관련된 피해가 접수된 건 없었다”고 전했다.
경찰은 A씨에 대한 여죄를 조사하는 한편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무인도에 변작 중계기 설치해 범행 저지르기도
지난달 28일에는 낙동강 무인도에 인터넷 전화번호를 국내 휴대전화 번호로 바꿔주는 보이스피싱 변작 중계기를 설치한 일당이 무더기로 검거됐다. 국내에서 무인도에 보이스피싱 중계기를 설치하다 적발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일당은 2018년 7월부터 지난 9월까지 중국 현지에 6곳의 조직을 설치해 보이스피싱 범행을 벌였다.
인터넷 전화번호인 ‘070’으로 전화를 걸면 국내에 설치된 중계기를 통해 ‘010’ 번호로 바뀐 상태로 피해자들에게 사칭 전화를 걸었다.
사칭 전화는 검찰이나 금융기관, 자녀 등으로 다양했다. 검찰을 사칭한 전화로 범죄에 연루됐다고 겁박하거나 자녀를 사칭해 휴대전화 액정 수리비를 전달해달라고 속이기도 했다.
특히 이들은 낙동강 하구 무인도에까지 중계기를 설치해 단속을 피했다. 무엇보다 이들 일당이 해당 구역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어민 2명(70대)을 포섭해 무인도에 들어가는 사람이 있는지 감시하도록 했고, 경찰이 무인도에 입도할 때마다 원격으로 중계기 전원을 차단했기 때문이다.
경찰도 약 1년 6개월 동안 해양경찰 선박을 이용해 10여차례 무인도에 왔다갔다 하며 수색 작업을 벌인 데다 섬에서 숙식까지 했으나, 어민들의 교대 감시에 번번이 중계기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다 경찰은 수상 오토바이를 통해 섬에 들어간 뒤 신자도 중앙 갈대밭에 숨겨진 중계기를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
갈대밭에 설치된 소형 천막 아래에 중계기가 숨겨져 있었고, 태양광 패널을 통해 중계기 작동에 필요한 전기를 공급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선박을 통해 섬에 들어가면 추적될 수 있으니 수상 오토바이로 길을 잃은 척 입도한 끝에 중계기를 찾아냈다”며 “어민 2명이 교대 근무로 철저히 감시 작업을 벌였는데 경찰이 무인도에 숙식한 사실도 일당이 알고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무인도에 설치된 중계기는 한번에 200개 전화를 걸 수 있는 성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중계기에 필요한 배터리나 태양광 패널은 어민들이 직접 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형법상 범죄단체 등의 조직 및 사기 등 혐의로 보이스피싱 콜센터 조직원 3명과 변작 중계소를 운영·관리한 20명을 검거하고, 이중 16명을 구속했다. 중계기를 설치한 어민 2명도 구속됐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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