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14일, 지난달 카드값을 결제해야 하는데 지갑 사정이 빠듯하다. 카드사 앱을 켜니 ‘최소 결제’, ‘일부만 결제’ 문구가 눈에 띈다. 홀린 듯 클릭했다가 ‘리볼빙’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왠지 카드값 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 것만 같다.
이처럼 고객을 혼란스럽게 하는 카드사들의 리볼빙 광고가 늘어나자 금융감독원이 소비자경보 ‘주의’를 발령했다. 실태조사 결과 금융 소비자가 리볼빙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고, 타 서비스와 혼동하게 할 만한 광고 사례가 발견됐다.
평균 수수료율 16.7%…리볼빙의 함정
리볼빙이란 신용카드 대금 일부를 결제하면 나머지는 다음 달로 이월되고, 이월된 금액에는 이자가 부과되는 신용카드 결제방식이다. 리볼빙 가입 시 신용카드 대금을 한 번에 결제하는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높은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 지난달 말 기준 리볼빙 이용 수수료율(이자율)은 평균 16.7%에 달한다.
또, 소비자가 정한 ‘약정결제 비율’에 따라 상환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약정결제 비율만큼만 결제하고 나머지는 이월되기 때문에, 해당 비율을 낮게 설정할 경우 리볼빙은 몇 달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해당 월에 약정결제 비율 미만의 잔고가 있으면 자동으로 연체 처리돼, 원금 및 이자율 부담이 급격히 늘어난다.
만약 약정결제 비율을 30%로 설정하고 카드 사용액이 매달 300만원인 경우, 이월되는 채무잔액은 210만원→ 357만원→ 460만원으로 증가한다.
리볼빙은 고금리 대출성 계약인 만큼 장기간 사용할 경우 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연속된 리볼빙으로 결제 원금이 불어난 상황에서 낮은 신용등급 탓에 리볼빙이 더는 연장되지 않을 경우, 그동안 쌓인 원금과 수수료를 한꺼번에 상환해야 하는 위험도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리볼빙 이용 시 ‘당월 결제 예정액이 차기 이월된다’는 표현을 많이 사용하지만, 사실 그 부분만큼 카드사로부터 대출받는 것”이라며 “최소결제 비율 수준의 약정 비율은 가급적 일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다음 달부터는 약정결제 비율을 상향해 이월액을 줄이는 등 채무 부담을 낮춰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리볼빙 잔액 7조 5000억원 ‘역대급’…취약차주 ↑
최근 고금리에도 리볼빙 잔액은 역대급을 기록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금감원에 따르면 리볼빙 잔액은 지난 2021년 말 6조 1000억원에서 2022년 말 7조 3000억원으로, 올해 10월 말 7조 5000억원으로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특히 20대 청년층과 60대 이상 고령층 등 취약 차주의 리볼빙 이용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17년 말 기준 3052억원이었던 20대의 리볼빙 잔액은 지난 3월 말 5640억원으로 늘었다. 60대 이상의 리볼빙 잔액 역시 같은 기간 2878억원에서 6250억원으로 늘었다.
고금리로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리볼빙 연체율도 올라가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7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의 연체율은 평균 2.38%로, 전년 동기(1.55%)와 비교해 1%P(포인트) 가까이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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