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회사채 시장에서 차환 비용 증가에 따른 재융자 실패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채 규모가 크고 실적 악화까지 겹치면서 조달금리가 상승하고 있어 기업들의 재융자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내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기업들의 자금 체력이 견딜 수 있을지 시장의 의문은 커지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최근 기업들의 회사채·대출 차환 비용이 크게 올랐다. 기업들은 회사채나 대출 만기가 돌아오면 보통 새로운 채권을 발행하거나 신규 대출을 받아 기존 채권·대출을 상환하는데, 지난해 3월 시작된 Fed의 고강도 긴축으로 재융자 비용이 늘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조달금리 상승분(글로벌 부채 평균 수익률-상환하지 않은 부채 금리)은 금리인상 전인 지난해 2월말 -0.34%포인트에서 이달 7일 기준 1.269%포인트까지 상승했다. 채권 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 급등으로 2%포인트에 육박했던 10월 말보다는 떨어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만기가 돌아오는 부채 규모도 늘었다. 영국 싱크탱크인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2025년 만기가 돌아오는 미국 기업 부채는 1조달러로 올해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유로존은 4000억달러로 세 배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회사채 차환 발행에 나서야 하는 저신용 비우량기업이나 중소기업은 조달비용 급등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기준금리가 0%였던 2022년 3월 이전에 초저금리로 발행한 회사채를 훨씬 더 높은 금리로 돌려막아야 한다. 미국 상공회의소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커티스 듀베이는 “지난해 이전에 대출을 받은 기업들은 이제 더 높은 재융자 금리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Fed의 지난 조치로 많은 금융 긴축이 일어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내년 경기 둔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회사채 차환 발행이나 대환 대출을 받지 못한 기업들은 부도가 불가피하다. 글로벌 신용평가기관 무디스는 미국의 디폴트(채무불이행) 비율이 9월 4.9%였으며, 내년 1월 5.4%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경기침체를 비롯한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될 경우 최고 14%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관건은 내년으로 예상되는 Fed의 금리인하 시점과 속도다. 시장의 이목은 올해 마지막 금리 결정이 이뤄지는 13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쏠리고 있다. 현재 5.25~5.5%인 기준금리의 동결 결정이 유력하다.
하지만 월가에서는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시장의 피벗(pivot·방향 전환) 기대에 부합하는 메시지를 줄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10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3.2%로 올라 전월(3.7%) 대비 둔화하고,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의 11월 기대 인플레이션율도 3.4%로 31개월만에 가장 낮아졌으나, 11월 실업률은 예상보다 낮은 3.7%를 기록했다. ING의 수석 국제 이코노미스트인 제임스 나이틀리는 “그들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승리를 선언할 수 없으며, 데이터는 실제로 시장(기대)에 맞서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되고 있다”며 “그들은 시장에 승인을 내리는 것을 매우 기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룸버그는 “주요 중앙은행들은 2024년 차입비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전환하겠지만, 피벗이 부채에 쪼들리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충분히 빠르게 오지는 않을 것”이라며 “정책입안자들이 누적된 긴축의 영향을 약화시키기 위해 얼마나 빨리 방향을 전환할지가 관건”이라고 전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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