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 구도 <한국갤럽>, 정부지원론 35% vs 견제론 51%
총선 비례 투표 정당,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각각 37%로 동률
차기 정치 지도자…한동훈 장관 16%로 급상승, 이재명 대표와 대등
제22대 국회의원을 뽑는 내년 총선이 만 4개월도 남지 않았다. 내년 국회의원 선거는 많은 것을 좌우한다. 지난 대통령 선거 이후 끝나지 않은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승부가 끝장을 보게 되고 사사건건 여야 공방을 벌이던 진영 간 대결 프레임도 선거 결과에 따라 승부가 날 가능성이 커진다.
만약 내년 총선에서 집권 여당이 다수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퇴진 또는 탄핵 공세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사실상 대통령의 국정 수행은 마비 상태가 된다. 반대로 한 달에도 여러 번 재판을 받는 이재명 대표는 민주당이 내년 선거에서 패배하면 정치 생명을 마감해야 할 결정적인 위기에 처하게 된다.
윤 대통령은 국정운영의 운명을 걸고 사활을 걸어야 하는 정치 이벤트가 내년 총선이다. 이 대표는 총선 결과에 따라 온갖 역경을 다 극복하고 올라왔던 불굴의 정치인에서 나락으로 떨어지는 ‘아수라’ 상황에 직면하게 될 위험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야말로 내년 총선은 전쟁터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누구나 예상하듯이 내년 국회의원 선거는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의 끝장 승부가 될까.
표면적으로는 그렇다. 상징적으로도 그렇다. 하지만 실제로는 윤과 이의 끝장 승부가 되기 어려운 구조다. 선거는 흔히들 구도가 우선이라고 하는데 국정 수행 지지율은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라 윤 대통령이 선거 돌파구를 찾기는 힘들다.
한국갤럽이 자체 조사로 지난 5~7일 실시한 조사(전국 1000명 무선가상번호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3.1%P 응답률 13.1%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내년 총선에서 ‘현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되어야 하는지’ 아니면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되어야 하는지’ 물어보았다. 말 그대로 ‘정부 지원론’과 ‘정부 견제론’이다.
결과는 정부 지원론이 35%, 정부 견제론이 51%로 나타났다. 즉 내년 총선은 야당에 유리한 선거 구도다. 같은 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지지율은 32%, 부정 평가는 59%나 된다. 이런 국정 지지율이라면 내년 총선 결과는 안 봐도 비디오다.
지난 2020년 총선 당시 한국갤럽 조사 기준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지지율은 60% 정도였다. 이 긍정 비율을 의석수 300명에 곱하면 180석이다. 정확하게 민주당의 당선자 수였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을 볼 때 이재명의 민주당과 여론 대결을 펼치기가 녹록하지 않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4년 전 총선처럼 민주당이 압도적으로 우세하지도 않다. 같은 조사에서 ‘만일 내일이 국회의원 선거일이라면 비례대표 정당 투표에서 어느 정당에 투표할 것인지’ 물어보았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37% 동률로 나왔다. 같은 조사에서 대통령의 국정 수행 부정 평가가 59%로 거의 응답자 10명 중 6명이 ‘국정운영을 잘못하고 있다’라고 응답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가져가는 지지율은 고작 37%밖에 되지 않는다. 정당 지지율은 이보다 더 낮은 33%에 그친다. 즉 총선 구도는 야권에 매우 유리하게 형성되어 있지만 민주당의 경쟁력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
가장 큰 이유는 이재명 대표의 재판 리스크로 인해 중도층, 무당층, 수도권, 2030 MZ세대 등 부동층(Swing Voter) 유권자층이 흡수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초 실시된 서울시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에서 진교훈 당선자가 17.15% 더 많은 득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갤럽 조사에서 서울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 35%, 더불어민주당 33%로 팽팽하다. 이 대표의 재판 리스크, 친명과 반명사이의 총선 공천을 앞둔 갈등, 이낙연 전 대표의 직격 등 당내 혼란이 야기되면서 정당 지지율은 제자리걸음이다. 국민의힘 역시 인요한 혁신위원회의 파격적인 혁신 제안이 불발로 돌아가고 김기현 대표 체제가 혼란 속에 지속되고 있지만 정당 지지율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즉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의 승부라면 대통령 지지율을 감안할 때 국민의힘이 열세에 놓이게 되지만 대통령을 빼고 당 대 당 대결 구도로 국면이 전환된다면 대등한 승부가 펼쳐질 수 있는 지표다.
그래서 내년 총선은 ‘윤석열과 이재명의 한판 승부’가 아닌 ‘한동훈과 이재명 한판 승부’가 된다.
부산 엑스포 유치마저 불발된 데다 ‘김건희 특검’까지 부각되면서 윤 대통령의 향후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그렇다고 국민의힘 혁신위원회의 파격적인 혁신 제안이 스스럼없이 받아들여지지도 않았다. 경기도 김포시의 서울시 통합을 주장하는 ‘메가시티론’을 김기현 대표가 제시했지만, 반응은 그저 그렇다. 이 와중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오는 27일 신당 창당에 들어가는 수순이다.
그런데 이 모든 우려를 불식하고 선거판에 등장한 인물이 ‘한동훈’이다. 같은 조사에서 ‘앞으로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정치 지도자 즉 차기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19%, 한동훈 법무부장관 16%, 홍준표 대구시장 4%, 이낙연 전 대표 3%, 김동연 경기도지사, 오세훈 서울시장, 이준석 전 대표, 원희룡 국토부장관 각각 2%, 유승민 전 의원 1%로 나타났다. 이 대표와 한 장관의 지지율 차이가 불과 3%포인트밖에 되지 않는다.
한동훈 장관은 작년 6월 장래 정치 지도자 조사 결과에 선호도 4%로 처음 등장했고, 이후 점진 상승했으며 이번 16%가 최고치다. 최근 총선 출마설로 한층 관심이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 조사가 시작된 이래로 가장 높은 상승률과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는 유일한 인물이다.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된 이후 최근까지 보수 진영 내에서 한동훈 장관만큼 지지율 상승세를 보인 인물은 단 한 명도 없다.
차기 정치 지도자 조사에서 주춤거리는 이재명 대표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을 정도의 경쟁력이다. 대구·경북과 60대 그리고 70대 이상에서 다른 후보자를 따돌리고 가장 지지율이 높다.
이런 점을 보더라도 내년 총선은 국민의힘 경쟁력을 놓고 본다면 ‘윤석열-이재명’이 아닌 ‘한동훈-이재명’의 한판 승부다.
글/ 배종찬 인사이트케이소장·정치컨설턴트(mikeba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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