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기득권 내려놓겠다”, 사퇴 요구엔 침묵…공관위 ‘내주 출범’ 재확인
주류 “내부총질 대신 단결할 때”…비주류 “김기현 시간끌기 더는 안 통해”
(서울=연합뉴스) 차지연 김철선 기자 = 국민의힘 주류가 11일 김기현 대표의 사퇴를 요구해온 일부 비주류 인사들을 향해 돌연 총공세에 나섰다.
서병수·하태경 의원 등이 연일 김 대표의 사퇴와 비상대책 기구 구성 등을 요구하자 침묵하던 지도부와 친윤(친윤석열)계 초선 의원들이 한꺼번에 수면 위로 나와 두 의원 등에게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이들의 공세는 ‘희생과 거리가 먼 텃밭 영남 중진이 적전 분열로 지도부를 흔들고 있다’는 것으로 요약됐다.
김석기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안 없는 지도부 흔들기를 멈춰야 한다. 당 대표가 물러나는 순간 너도나도 서로 싸울 것이며, 오히려 우리 당은 대혼란에 빠질 것”이라며 자중을 당부했다.
김가람 최고위원도 “(김 대표에 대한) 비판은 주로 우리 당의 가장 따뜻하고 편한 곳에서 시작되고 있다. 부산에서 5선을 채우고 부산시장을 지낸 분, 해운대에서 3선을 하고 호기롭게 서울에 오더니 우리 당 현역 의원 지역을 탐하는 분들로부터 시작되고 있다”며 김 대표 사퇴를 요구한 서병수·하태경 의원을 직격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최고위 직후 기자들에게 “(대표 사퇴를) 주장했던 분들은 견리(見利) 수준을 넘어 탐사리(貪私利) 수준까지 간 듯하다”며 “당을 위해 희생과 헌신을 먼저 생각해야 할 분들이 그런 말씀을 하는 것이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친윤 초선 의원 10여명도 이날 국민의힘 의원 단체 메신저 방에 잇달아 글을 올려 서 의원과 하 의원 등을 비난했다.
강민국 의원은 “‘내부 총질’만이 혁신이라고 믿는 사람들로 비대위를 꾸린들 과연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단 말이냐”라고 했고, 이용 의원은 “장수를 바꾸는 실수를 저지르면, 내년 총선이라는 전쟁을 제대로 치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배현진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서병수·하태경 의원을 향해 “본인들의 무능을 백번 자성해도 모자랄 이들”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김 대표에게 “명분 없이 떠드는 무실력 인사들을 과감히 정리하고 수도권에 활기를 불어넣을 새 인사들과 새 전략으로 수도권 총선의 큰 수레바퀴를 굴려야만 한다”고 요구했다.
김 대표는 혁신안 최종 보고가 진행된 이날 최고위에서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사즉생의 각오로 민생과 경제를 살리라는 국민의 목소리에 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위가 요구했던 ‘주류 희생’과 연계된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구체적인 언급 대신 혁신위 제안을 공관위 등 공식 기구에 넘겨 ‘질서 있게’ 반영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지도부는 이르면 다음 주 공천관리위원회를 조기 출범하겠다는 계획도 다시 공식화했다.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 표결 이탈표를 막기 위해 현역 의원 컷오프를 진행할 공관위 출범을 늦출 수 있다는 관측은 일축했다.
지난 21대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전신 자유한국당은 1월 중순께 공관위를 꾸린 바 있다.
공관위 출범 일정을 과거보다 한 달가량 앞당기는 것은 당을 빠르게 총선 체제로 전환해 ‘지도부 책임론’을 정면 돌파하려는 김 대표의 셈법이 깔렸다는 분석이 많다.
공관위를 띄워 인재 영입과 컷오프로 ‘물갈이’를 가속해 당 안팎의 시선을 붙잡아 두는 한편, 주류 희생 수용과 관련해선 총선 승리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타이밍을 잡고자 시간을 벌려는 구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비주류의 공세도 잦아들지 않고 있다.
하태경 의원은 김 대표의 최고위 발언 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안철수 의원의 명언이 떠오른다. ‘기다리다가 숨넘어간다'”며 “무작정 시간 끌기, 이제는 안 통한다”고 비난했다.
그는 앞서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김 대표에게 무릎 꿇고 빌고 싶은 심정”이라며 “김 대표가 혁신을 거부하는 정도가 아니라 방해까지 하면서 사실상 민주당의 엑스맨이 됐다. 김 대표가 더 이상 버티면 추해진다”며 재차 사퇴를 요구했다.
안철수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김기현 대표가 전당대회 당시 ‘당 지지율 55%, 대통령 지지율 60%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던 것을 언급하며 “내년 총선 55∼60석이 나올까 두렵다. 김 대표와 지도부는 총선 승리 대안을 제시해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요즘 들어 용산과 김 대표가 서로 아웅다웅하는데, 사실 총선에서 둘 다 빠져야 한다”며 “부·울·경(부산·울산·경남)도 수도권만큼이나 심각한 걸로 안다. 내가 들은 정량적인 것들을 합쳤을 때 (총선에서 국민의힘 의석이) 83에서 87 사이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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