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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신임 대법원장이 11일 취임 첫 일성으로 재판지연 문제 해소와 인사제도 개선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전임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문제로 지적된 부분들을 중점으로 개혁 의지를 밝힌 가운데 조만간 열릴 전국 법원장회의에서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3년 6개월이라는 짧은 임기 중에 여러 개혁안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킬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민들이 지금 법원에 절실하게 바라는 목소리를 헤아려 볼 때 재판 지연 문제를 해소해 분쟁이 신속하게 해결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그는 “재판 지연의 원인은 어느 한 곳에 있다고 할 수 없다”며 사법부 구성원들에게 “구체적인 절차의 사소한 부분부터 재판 제도와 법원 인력의 확충과 같은 큰 부분에 이르기까지 각종 문제점을 찾아 함께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지연 문제는 김 전 대법원장 체제에서 끊임없이 지적됐다. 사법연감에 따르면 김 전 대법원장이 취임한 2017년 293일이었던 민사 합의부 1심 재판 기간은 5년 만인 2022년 420일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2년 내 1심 판결이 나오지 않는 장기 미제 사건은 민사재판이 3배, 형사재판은 2배로 급증했다. 민사소송법에 따라 판결은 소송이 제기된 날부터 5개월 이내에, 소송촉진법에 따라 형사사건은 1심 기소 후 6개월 내에 선고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날 취임사 역시 이 같은 지적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조 대법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과정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된 재판지연에 대해 “사법부가 존재하는 이유는 신속한 재판을 하기 위한 것”이라며 해결에 대한 의지를 밝혀왔다. 재판지연 해소 방안으로는 법원장이 주요 지연 사건 재판을 담당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조 대법원장은 “취임하면 장기미제 사건을 특별히 집중 관리하겠다”면서 “재판 업무를 맡지 않던 법원장에게 최우선으로 사건을 맡기는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인사제도에 대한 전면적인 개편도 예고했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업무 환경의 변화를 세심히 살펴 효율적이면서도 공정한 인사운영제도를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며 “법관 증원은 말할 것도 없고, 사법보좌관과 참여관 등 법원공무원의 전문성과 역할을 강화할 방안도 함께 고민해 보겠다”고 전했다. 사법부 내에서는 가장 먼저 ‘법원장 후보 추천제’ 폐지가 거론되고 있다. 법원장 후보 추천제는 ‘고등법원 부장판사 제도 폐지’와 함께 사법부의 관료화를 막겠다는 명목으로 김 전 대법원장이 도입했지만 정기인사 때마다 유능한 판사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법원 내에서 실패한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정기인사 때마다 반복되는 유능한 판사들의 이탈은 결국 인력난에 따른 재판 지연과 질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김 전 대법원장 재임 중 법관 정원이 두 차례나 증원됐지만 한해 평균 75명에 달하는 판사들의 줄사표가 이어지면서 법관 가동률은 6년 내내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실제 법관들의 퇴직 러시가 계속되면서 김 전 대법원장 임기 중 법관 재적 인원은 정원의 90%에도 미치지 못했다. 새로 임명되는 경력직 법관으로는 퇴직 판사들의 공백을 메우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조 대법원장은 앞서 인사청문회에서 고등법원 부장판사 제도 폐지에 대해서는 20년 넘게 추진해온 사안이라며 복원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다만, 법원장 후보 추천제는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조희대표 개혁안의 윤곽은 오는 15일 예정된 전국법원장회의에서 드러날 전망이다. 이날 회의는 조 대법원장 주제로 진행되는 첫 공식 일정이다. 법조계에서는 개혁안이 기존 대법원장과 달리 속도감 있게 추진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대법원장 임기는 6년이지만 1957년생인 조 대법원장은 만 70세가 되는 오는 2027년 6월 정년을 맞아 퇴임을 해야 한다. 임기의 절반 밖에 채우지 못하는 상황에서 각종 개혁안들을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시간이 부족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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