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통합형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도입 3년 차를 맞았지만 2024학년도에도 여전히 고득점에 유리한 국어, 수학 선택과목에 수험생이 몰리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당초 수험생들의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선택과목을 시행했지만, 유불리가 뚜렷한 탓에 통합 수능의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종로학원 등 입시계에 따르면 응시생 3198명의 성적을 분석 결과, 수학에서 1등급을 받은 수험생 중 미적분·기하를 선택한 수험생이 96.5%를 차지했다. 확률과 통계 응시자는 3.5%에 그쳤다.
수학 1등급 중 미적분·기하 응시자 비율은 통합수능 1년 차였던 2022학년도에 86.0%에서 지난해 81.4%로 감소했으나, 올해는 지난해보다 15.0%p나 급증했다.
특히 미적분·기하 응시자 비율은 수학 2·3등급에서도 각각 71.7%, 71.4%에 달했다. 확률과 통계 응시자 비율은 4등급대에서야 절반(52.9%)을 넘어서는 모습을 보였다.
앞서 수학 과목은 2021학년도까지는 문과와 이과가 시험을 따로 치르는 데 이어 등급도 따로 산정했지만, 2022학년도부터 문·이과 구분 없이 시험을 보고 등급을 분류하는 통합수능이 도입됐다.
대신 수학 응시생들은 미적분, 기하, 확률과통계 중 1과목을 선택해야 한다. 이를 두고 입시업계에서는 통상 미적분·기하와 과학탐구를 선택하는 학생은 자연계열에 진학하는 이과생으로, 확률과통계와 사회탐구를 선택하는 학생은 인문계열에 진학하는 문과생으로 나누고 있다.
통합수능은 학생 개개인의 적성에 따라 원하는 과목을 공부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그러나 선택과목에 따라 점수 격차가 발생하다 보니 수험생들은 적성·흥미보다는 점수를 잘 받을 수 있는 과목을 택하는 실정이다.
수능은 시험이 어려울수록 표준점수가 올라가는데, 일반적으로 미적분은 까다롭게 출제돼 미적분 표준점수는 확률과통계보다 높게 나타난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올해 수능에서 두 과목 표준점수 최고점 차이는 11점이다.
이처럼 미적분이 고득점에 유리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미적분 선택 비율은 2022학년도 39.7%에서 올해 51%로 증가했다. 이와 반면 확률과통계는 같은 기간 51.6%에서 45%로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어 과목에서도 ‘언어와매체’가 ‘화법과작문’보다 유리하다는 인식이 퍼져 선택자가 증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이과학생들이 인문계열 학과에 지원하는 일명 ‘문과침공’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종로학원 임성호 대표는 “몇몇 대학이 아니라 1~3등급 전 구간에서 광범위하게 교차지원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인문계 학생, 특히 변별력이 높아진 국어에서 경쟁력이 없는 문과 수험생들은 대학 결정에 더 신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같은 논란에 교육당국에서도 매년 선택과목 유불리 문제를 최소화하겠다고 대응하지만, 정작 과목별 표준점수 최고점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어 해당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교육부는 2028학년도 수능부터 다시 국어, 수학 선택과목을 폐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육부가 지난 10월 제시한 ‘2028 대입 개편 시안’의 핵심은 선택과목 폐지다. 현행 수능은 국어와 수학은 공통+선택과목으로, 탐구영역은 여러 과목들 가운데 선택하는 구조인데, 시안에 따르면 국어와 수학은 선택과목인 화법과작문, 언어와매체, 확률과통계, 미적분, 기하 등이 공통과목으로 일원화된다.
다만 교육부는 국가교육위원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한 뒤 결정해야 하는 추가 검토 안으로 심화수학 영역 신설 방안을 내놓았다. 심화수학 영역은 첨단 분야의 인재 양성을 목적이며, 미적분Ⅱ·기하 과목에서 절대평가를 적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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