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학교 학생들이 학교 이름이 새겨진 점퍼(잠바)를 벗어 던졌다.
5일 대구 북구 경북대 본관 앞 계단에 재학생들이 벗어 놓은 ‘과잠(학교 잠바)’ 수십 개가 층층이 쌓였다.
대개 대학명과 소속 학과 등을 등판에 새긴 과잠은 학생끼리 단체로 맞춰 입는 옷으로, 대학생의 낭만과 소속감을 상징한다. 학생들은 그런 과잠을 벗어 여럿이 오가는 계단 위에 펼쳐둔 뒤 사이사이 팻말을 세워뒀다.
팻말에는 ‘경북대 금오공대 통합 반대’, ‘경북대의 주인은 학생이다’, ‘첨성의 일백 년 역사 단돈 몇 푼으로 바꿀 수 없다’, ‘소통 없이 통합을 강행하는 경북대는 각성하라!’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경북대가 금오공과대학교와 통합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경북대 재학생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학교 이름이 경북대와 금오공대를 합친 ‘경금대’로 바뀐다는 소문까지 돌면서 불만의 목소리는 더 커지고 있다.
재학생 중 일부는 학과 커뮤니티를 통해 통합 반대를 위한 1인 시위를 예고하거나 단체로 참여하는 반대 집회를 추진 중이다.
학교 통합에 반대하는 이유에는 여러 사정이 있겠지만, 재학생들이 크게 분노한 건 학교 측 태도 때문이다. 전날인 4일 매일신문 단독 보도로 본교 통합 소식을 접하기 전까지, 학교 측은 재학생에게 이 일을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경북대 총학생회가 공표한 ‘경북대-금오공대 통합 관련 제54대 온 총학생회 대응 경과 1차’ 보고서에 따르면 총학생회는 이날 대학 기획처장, 총장 등 학교 측에 면담을 요청하고 즉각 상황 파악에 나섰다.
총학생회 측은 “이곳은 교육 현장”이라며 “통합을 제안한 배경과 그에 관한 자료를 공개하라”고 학교에 요구, “학생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통합은 있을 수 없다”며 “왜 항상 중요한 논의는 재학생의 신경이 분산되는 시험 기간에 진행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기말고사 종료 이후 등 적절한 시기를 정해 대토론회, TF 구성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학교 측은 학생회에 “아직 진행된 논의가 없다”며 “보도는 학교 측이 발표한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글로컬대학30 사업’과 시기적으로 맞물렸으나, 해당 사업을 위해 통합하고자 한 것은 아니다. 통합됐을 때 경북대 학생들이 금오공대로 이전하거나 그 역의 실무적 문제 역시 논의가 전무하다. 대토론회를 진행 후 통합 논의 TF를 구성해 의견을 수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경북대는 2007년에도 금오공대와의 통합을 추진한 바 있다. 지역 국립대가 처한 위기를 극복하고 정부 정책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려는 취지에서다. 공학 분야 특성화, 지역 산업 우수인재 발굴 등을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이 통합안에 경북대 대학본부(대구)를 금오공대가 있는 경북 구미로 이전한다는 방안이 포함돼 있었고, 거센 반발이 일었다. 학내 구성원 동의를 얻지 못했고, 양쪽 대학도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결국 통합은 무산됐다.
재통합 얘기가 나온 건 16년 만이다.
학령 인구 감소로 지역대학이 존폐 위기에 놓이자, 경북대 측이 대학 간 통합을 다시 검토하기로 한 것이다.
학교 측은 총학생회에 교육부의 ‘글로컬대학30’ 사업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부인했으나,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고 보긴 어렵다. 경북대는 올해 대구교대와 통합안을 제시, 해당 사업 예비 지정 신청을 했다가 탈락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글로컬대학30 프로젝트는 인구감소, 산업구조 변화 등으로 지역 및 지역대학의 위기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대학 내‧외부의 벽을 허무는 과감한 혁신과 지역과의 긴밀한 협력을 기반으로 지역과 대학의 동반성장을 이끌어 갈 대학에 대해 일반재정지원(국립대학 육성 사업·지방대학 활성화 사업·지방전문대학 활성화 사업)을 집중 지원해 글로컬대학으로 육성하고, 지역혁신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도입됐다. 2026년까지 비수도권 대학 30곳 지정이 목표다.
올해 처음 실시됐으며, 비수도권 소재 대학 중 사업에 대상에 선정(1단계 예비 지정·2단계 본지정 통과)돼 글로컬대학으로 지정된 학교는 5년간 약 1000억 원 정도 사업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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