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편의점에서 일하는 젊은 아르바이트생이 생면부지의 중년 남성에게 호의로 수십만원을 빌려줬다가 떼인 사연이 안타까움과 분노를 동시에 자극하고 있다. 이 편돌이(편의점 알바생)는 ‘쇠푼’에 양심을 팔아먹은 뻔뻔남의 얼굴 사진을 갖고 있으면서도 공개하지 않는 아량을 보였다. 편돌이의 고용주는 씁쓸한 사정을 알고선 ‘마음의 선물’을 보내 토닥였다.
지난 10월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한 편돌이의 넋두리가 올라왔다.
사건이 벌어진 것은 10월 초 어느 날 야심한 시각이었다.
편돌이 A씨는 “야간에 손님 한 분이 들어오더니 근처 찜질방이 어디냐고 묻더라”며 “내가 휴대폰으로 검색해도 모두 영업시간이 넘어서 ‘지금 하는 데 없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손님이 매장을 나가려다 갑자기 돌아서서 ‘정말 미안한데 돈 좀 빌려주시면 안 되냐?’고 묻더라”며 “내가 ‘얼마 필요하냐?’고 했더니 자기 사정 얘기를 꺼내더라”고 말을 이어갔다.
손님은 자기가 충남 공주에서 술집을 운영했다 망해서 매장도 팔고 휴대폰도 팔아 부산 친구를 믿고 내려왔는데 친구가 약속 장소에 안 나왔다고 했다. 그래서 이틀 동안 노숙하면서 밥도 제대로 못 먹었다고 했다.
안쓰러운 마음에 A씨는 지갑에 있던 돈과 가방에 있던 비상금을 탈탈 털어 7만5000원을 건넸다.
그러자 손님은 고마워하면서 자기는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며 증거로 얼굴 사진을 찍어 놓으라고 권했다. A씨는 마지못해 손님의 상반신 사진을 찍었다.
사진 촬영이 끝나자 손님은 추가로 돈을 요구했다. 공주로 올라가야 하는데 차비며, 잘 곳을 구하려면 돈이 많이 든다면서.
마음 약한 A씨는 현금인출기(ATM)에서 전 재산의 절반인 20만원을 뽑아 드렸다. 이번에는 얼굴은 물론 신분증도 찍으라는 손님의 권유를 뿌리쳤다.
A씨는 “착하게 살고 싶어서, 못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거 알면서도 사람 살렸다고 좋게 생각하려고 드린 거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근데 A씨의 호의는 배신 받았다. 상환 날짜가 됐지만, 통장에 돈이 안 들어왔다.
허탈한 A씨에게 며칠 뒤 통장에 의문의 200여만원이 꽃혔다.
‘그 아저씨가 보낸 건가’하며 어머니께 그간의 사정을 설명해 드렸더니 “바보야. 내가 일한 급여가 네 명의 통장에 들어온 거다” 하시며 욕을 하셨다.
터덜터덜 편의점에 출근하니 점주가 편지 봉투를 건넸다. 나중에 열어보니 위로 편지와 함께 오만원권 현금 몇 장이 가지런히 들어 있었다.
‘마음의 선물’이라는 제목의 편지 내용은 이랬다.
“사람이 살면서 사기 당할 일도, 못 볼 꼴 볼일도 많다. 앞으로 살면서 더 큰 사기, 더 큰 안 좋은 일을 겪을 수 있겠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미래의 더 큰 사기를 예방했다 생각하고 마음 편히 가져라. 무슨 일이든 생각하기 나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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