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승 스님이 지난달 입적하기 직전 자승 스님의 제자가 119에 신고한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 1일 경기소방재난본부가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실에 제출한 녹취록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후 6시 49분께 신고자 A씨가 119에 전화를 걸었다. 이 내용은 2일 동아일보를 통해 전해졌다.
A씨는 칠장사에 위급한 일이 있는지 물으며 “(자승 스님을) 위치추적을 좀 해주십시오. 긴급합니다”라고 요청했다. 이어 “그분은 저의 스승이다. (스승은) 스님”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화재 관련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전화는 화재가 발생하고 6분 후 걸려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칠장사 보살이 신고하기 1분 전 이뤄졌다. 현장을 파악한 소방서가 화재 사실을 알려주자 A씨는 “자세히는 모르지만 (스님이) 위급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오후 6시 50분께 경기 안성시 죽산면 칠장리에 있는 사찰 칠장사에서 불이 나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자승 스님이 입적했다.
차량에서 발견된 2장의 메모에는 “이곳에서 세연을 끝내게 되어 민폐가 많았소. 이 건물은 상좌들이 복원할 것이고, 미안하고 고맙소. 부처님법 전합시다”라는 메시지가 담겼다.
조계종 측은 자승 스님 입적과 관련해 소신공양(燒身供養), 자화장(自火葬)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자화장은 장작더미에 올라가 자신의 몸을 스스로 불살라 다비를 진행해 부처에게 공양하는 것을 말한다.
조계종이 자승 스님이 소신공양을 했다는 입장을 발표한 지 하루 만에 유언장을 공개한 건 최근 활발히 활동하다 갑작스럽게 입적한 자승 스님에 대해 제기되는 의혹을 차단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화재 당일 자승 스님은 칠장사 주지 스님인 지강 스님과 일상적인 대화만 나눈 것으로 확인됐다. 지강 스님은 지난 1일 동아일보를 통해 “‘평소처럼 쉬러 왔다’며 하루 묵겠다고 했다. 극단적인 선택을 암시하는 말은 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칠장사 화재 현장에서 발견된 법구(스님의 시신)의 유전자를 감정한 결과 자승 스님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후 자승 스님이 진우 총무원장, 자신의 상좌 스님들, 수행자들에게 당부하는 말을 남긴 유언장 3장도 지난 1일 추가 공개됐다.
조계종 기획실장 겸 대변인 우봉 스님은 이날 유언장 3장을 공개하며 “자승 스님이 올 3월 인도 순례를 마친 뒤 지인들과 차를 마시다가 ‘나에게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내 방 어디 어디를 열어 보라’고 한 적이 있다”라며 “유언장은 모두 10여 장인데 소신공양의 배경이나 이유에 대한 내용은 없는 것으로 안다”라고 밝혔다.
유언장에는 종단의 미래를 걱정하는 동시에 자신을 반성하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한 장은 현 총무원장인 진우 스님에게 쓴 것으로 “끝까지 함께하지 못해 죄송하다. 종단의 미래를 잘 챙겨달라”라고 부탁하는 내용이었다.
도 다른 한 장에는 자신이 수행을 소홀히 한 점을 반성하며 각 선원에서 정진하는 비구, 비구니 스님들에게 침체된 한국 불교를 이끌어 달라는 당부가 담겼다. 마지막 한 장에는 제자 스님들 이름을 언급하며 2025년까지 토굴을 꼭 복원하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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