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입수한 문건에 전투법, 훈련 날짜, 기습 이후 대처법 등 상세히 적혀있어”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무장 테러단체 하마스의 기습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뉴욕타임스(NYT)는 30일(현지시간) 자체 확보한 이스라엘 정부의 이메일과 녹취록, 군 내부 자료 등을 분석했다며 이스라엘군이 하마스의 테러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었음에도 당국자들이 방심한 탓에 기습을 허용했다고 보도했다. 당국자들은 적어도 1년 전 하마스의 공격 계획이 담긴 정보를 보고받았으며, 당시 하마스가 공격 의지와 실행 능력이 없다고 오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NYT가 인용한 ‘예리코 성벽’이란 코드명의 40쪽짜리 문건에는 로켓과 드론을 이용해 기습을 시작한 하마스의 전술과 국경 보안 카메라를 제거한 뒤 이들이 움직인 동선, 오토바이와 패러글라이드 등을 동원한 침투법 등이 상세히 담겨있다.
또한 문건에는 이스라엘의 항공기를 격추하는 방법과 키부츠(집단농장)와 근처 군 기지 타격할 계획, 이를 실행하기 위해 집중 훈련한 날짜까지 나와있다. NYT는 “하마스의 지난 10월 기습과 무섭도록 일치한다”며 “이 문서는 처음부터 이스라엘과 전쟁을 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문서에는 기습 이후 이스라엘과 전쟁까지 대비한 흔적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NYT는 당시 해당 문건을 보고 받은 이스라엘군 가자 사단 대령이 이 정보를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가자 사단 대령은 정보 분석가에게 보고를 받고 “완전한 상상 속 시나리오”라며 “하마스는 그런 일을 해낼 능력이 전혀 없다”고 일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만해도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의 지도자인 야히아 신와르가 본인 권력에만 관심 있고, 이스라엘과의 전쟁을 일으킬 의지와 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제대로 된 무기를 갖추지 못한 하마스의 군대가 이스라엘을 공격할 수 없을뿐더러, 부패한 하마스 지도자들이 굳이 모험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오판한 것이다.
테드 싱어 전 미 중앙정보국(CIA) 선임연구원은 “하마스의 10월 기습을 연구하면 할수록 당국자들의 방심이 만들어낸 ‘9·11 테러’가 떠오른다”며 “이스라엘 군 당국은 기습을 예측할 충분한 정보와 훌륭한 인재들을 보유했지만, 몇몇 책임자들이 그릇된 판단을 내려 수천 명의 민간인 사상자를 만들어냈다. 책임자 중 반이라도 옳은 결정을 내렸으면 막아낼 수 있었던 사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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