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구 곳곳서 빈대 신고…민간업체에도 문의·의뢰 급증
서울시, 위생취약시설 5억 긴급교부…다중이용시설도 방제
(서울=연합뉴스) 정윤주 안정훈 최윤선 기자 = “버스를 타면 빈자리가 나도 앉지 않고 택시도 타기 꺼려져요.”
곳곳에서 출몰하는 빈대 탓에 신경이 쓰인다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
인구가 밀집한 서울에서도 각지에서 빈대 신고가 잇따라 시민 불편이 이어지면서 서울시 역시 방제에 비상이 걸렸다.
◇ 영화관 가도 되나요…해외여행 괜찮을까요…신경 쓰이는 시민들
직장인 이모(28)씨는 보고 싶은 영화가 있지만 당분간 영화관에 가지 않기로 했다.
괜히 여러 사람이 드나드는 영화관에 갔다가 빈대에게 물리거나 빈대를 집에 옮겨올까 봐 걱정돼서다.
그는 “OTT에 영화가 올라올 때까지 기다릴 예정”이라고 했다.
기숙사 공동생활을 하는 대학가에서도 걱정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대구 계명대 기숙사에서 빈대가 출몰했다는 지난달 중순 보도가 불씨가 됐다.
고려대학교에 재학 중인 육채림(20) 씨는 “다른 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친구로부터 기숙사에서 빈대가 나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불안해졌다”며 “시험 기간이라서 바쁜 와중에도 침대 시트와 이불을 벗겨 세탁했고 대청소했다”고 말했다.
해외여행을 준비하는 이들도 혹시나 여행 중 빈대에게 물리거나 소지품에 빈대가 기어들어갈지 몰라 자구책을 찾고 있다.
곧 해외여행을 앞둔 서울 용산구에 사는 직장인 오모(33)씨는 빈대 박멸제와 살충제, 스팀 청소기 등을 준비했다.
오씨는 “여행을 취소해야 할지, 일정을 미룰지 많이 고민했다”면서 귀국길에는 가져간 여행 가방을 버리고 다른 가방에 짐을 챙겨 오겠다고 했다.
◇ 자치구 곳곳 빈대 신고·민간업체 의뢰 급증…”서울 전역에 퍼졌을수도”
5일 서울시 각 지자체와 지자체 보건소에 따르면 25개 자치구 중 7곳에서 17건의 빈대 발견 신고가 접수됐다.
일례로 지난 2일 서울 중구 남대문 쪽방촌 일대의 한 고시원에서 빈대가 발견됐다는 신고가 들어왔고 보건소의 점검 중 침대 매트리스와 침구, 벽지 등에서 실제로 빈대가 발견됐다. 빈대가 출몰한 방과 가까운 방 3곳에서도 빈대가 발견돼 방제 작업이 이뤄졌다.
벌레에게 물렸는데 빈대인지 확인해달라거나 예방 방역을 할 수 있느냐는 문의 전화도 보건소에 이어지고 있다.
영등포구 보건소 관계자는 “한 주민이 ‘빈대에게 물린 것 같다’며 민원을 접수해 현장에 나가 확인한 결과 모기가 문 자국인 것으로 확인했다”며 “이 외에도 예방 방역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할 수 있냐는 문의 전화가 최근 들어 자주 온다”고 말했다.
강남구 보건소 방역 담당자는 “피해 신고는 접수된 게 없지만 벌레 사진을 보내면서 ‘이게 빈대가 맞느냐’고 묻는 전화부터 빈대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냐며 매뉴얼을 묻는 전화가 온다”고 했다.
민간 방역업체에도 최근 두 달 새 빈대 방역과 관련해 문의·의뢰 전화가 많이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에 접수된 신고보다 실제 피해가 더 많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는 대목이다.
서울의 한 해충 방역업체 대표 한모(58)씨는 “빈대 관련 의뢰 전화가 하루에만 2∼3번은 온다”며 “10월 한 달 기준으로 서울에서만 약 80곳에서 빈대 방제 작업을 마쳤다”고 했다.
그는 보건소에 피해가 접수되지 않은 지역에서도 방제 문의가 많이 온다며 서울 전역에 이미 빈대가 퍼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 피해 커질라…’인구 밀집’ 서울시 비상
940만 인구가 밀집한 서울에서는 자칫하면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어 방제에 비상이 걸렸다.
서울시는 일단 민원이 쪽방촌·고시원 등 주거 취약계층이 많이 거주하는 유형의 공동주택에 집중되는 상황을 감안, 위생 취약 시설 빈대 방제에 예산 5억원을 긴급 교부하며 집중 관리에 나섰다.
서울시는 쪽방촌·고시원에서 빈대 발생 여부를 스스로 확인할 수 있도록 자율 점검표를 제작·배부하고 소독제를 지원하는 한편, 빈대가 발생하면 방제를 지원하고 이후에도 신고센터를 통해 관리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또 지난 달 31일부터 지자체와 쪽방촌·고시원 외 빈대 발생 가능성이 높은 숙박시설, 목욕장, 찜질방 총 3천175곳의 전수 점검을 시작했다. 빈대 예방법을 홍보하고 시설 소독·침구 세탁 여부 등 위생관리 실태를 특별 점검할 방침이다.
숙박시설 등에서 빈대가 발생한 경우 신속히 방제하도록 조치하고 첫 방제 작업 이후 10일 간격으로 2회 추가 점검해 빈대가 박멸됐는지 확인한다.
시민이 많이 이용하는 지하철, 영화관 등 다중이용시설도 방제 대상이다.
서울지하철의 경우 직물 소재 의자를 주기적으로 고온 스팀 청소하고 직물 의자를 단계적으로 변경해 나갈 예정이다.
서울시 보건의료정책과 관계자는 “시·자치구 명예공중위생감시원 283명을 위촉해 11월 이내로 신속하게 점검을 마치고 12월에는 마포구·용산구 등 관광특구를 중심으로 특별 점검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했다.
jungle@yna.co.kr, hug@yna.co.kr, ys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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