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어디냐’고 묻길래 ‘강원도 속초’라고 답했죠. 접안한다는 얘기도 없이 불쑥 우리 배에 올라오길래 속으로 ‘뭐 저런 사람이 다 있나’ 했다니까요.”
24일 새벽 북한 주민 4명이 탑승한 소형 목선을 발견한 어민들은 “한국에서 저런 배는 본 적이 없었다”라거나 “우리나라 어선하고 모든 게 다 달랐다”고 입을 모았다.
해경과 어민들 이야기를 종합하면 최초 신고는 오전 7시 10분께 목선과 꽤 떨어진 거리에 있던 어선에서 이뤄졌다.
조업 중이던 어민 A씨는 “이상한 배가 있다”며 해경에 신고했다.
A씨는 “어둑했을 때부터 긴가민가했는데 해가 뜨면서 선명하게 보여서 신고했다”며 “우리나라 배와 모든 게 다 달랐다”고 말했다.
두 번째 신고는 이로부터 약 5∼10분 뒤 목선과 가까이 있던 또 다른 어선에서 홀로 조업하던 임재길(60)씨가 했다.
임씨는 “작업하다가 7시 15∼20분쯤 바다를 둘러보는데 이상한 배가 하나 있더라. ‘한국에서 저런 배는 못 봤는데’ 싶어 궁금해서 다가갔는데, 그쪽에서도 나를 보고 오는 것 같았다”라고 접촉 상황을 설명했다.
북한에서 온 배임을 확인한 임씨는 무전을 통해 속초어선안전조업국에다 해당 사실을 알리며 조치를 요청했다.
목선에 타고 있던 남성이 임씨에게 가장 먼저 건넨 말은 “여기가 어디냐”였다.
임씨가 “강원도 속초”라고 답하자 북한 남성은 배를 임씨 어선에 바짝 붙여 밧줄로 두 배를 묶고는 목선으로 돌아가 담배를 피웠다.
속으로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나’ 여긴 임씨는 생수 1병과 담배 1갑을 남성에게 건넸다. “‘북에서 왔소?’라고 물으니 이해를 못하더라고요. 재차 ‘북한에서 왔어요?’ 하니 (남성이) 고개를 끄덕이더라고요.”
때마침 군 초계기가 목선 위를 맴돌고, 남성이 당황하고 불안한 듯 초계기를 자꾸 쳐다보는 모습을 보이자 임씨는 “괜찮다. 조금 있으면 해경이 온다”며 안심시켰다고 한다.
북한 남성은 “언제 타고 왔느냐”는 임씨의 물음에는 “오늘 아침에 타고 왔다”고 답했다.
임씨는 “남성이 말수가 적은 편이었다. 자기들끼리는 숙덕숙덕 얘기하는데 나하고는 큰 대화는 하지 않으려 했다. 그래서 일단 잘 왔다고, 한국 잘산다는 얘기를 건넸다”고 회상했다.
밧줄로 묶어놓은 두 배가 ‘쾅쾅’ 부딪치는 데다 ‘혹시 모르니 밧줄을 풀고 간격을 유지하라’는 속초어선안전조업국의 조언에 따라 임씨는 “어디 안 갈 테니 밧줄은 풀고, 나란히 배를 띄워놓고 있자”고 했다.
그렇게 발견 후 20∼30분가량 흘렀을 무렵 해경이 현장에 도착했다.
임씨가 목선 위에서 발견한 주민들은 30대로 보이는 남성·여성 각 1명과 50대로 접어들었을 것으로 보이는 여성 1명 등 총 3명이다.
옷차림은 남성은 옷에 기름기가 있고 장화를 착용한 게 작업복 같았고, 여성들은 평상복 차림에 젊은 여성은 흰색 계열의 깨끗한 운동화를, 나이 든 여성은 검은 구두를 신고 있었다고 한다.
남성은 파도를 맞아 얼굴에 소금기도 보였다. ‘배 위에서 지낸 지 며칠 됐나’ 싶어 임씨가 물과 담배를 건넨 이유기도 했다.
젊은 여성은 임씨 배를 살피더니 “한국 배가 참 좋네요”라는 이야기도 했다.
목선에 총 4명이 승선해 있었고, 이들이 가족이라는 얘기를 나중에 들은 임씨는 “나이 든 여성이 선실을 반복해서 드나든 것으로 봐서 그 안에 아이가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북한 주민들은 임씨에게 ‘귀순’ 의사는 일절 표명하지 않았다.
임씨는 “배를 40년 넘게 탔는데 도저히 배로 보이지 않았다. 하도 궁금해서 가봤다. 보니까 경운기 엔진을 달고 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군과 해경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10분께 강원 속초 동쪽 약 11㎞ 해상에서 조업 중이던 우리 어선이 북한 소형 목선을 발견했다.
속초해경은 ‘이상한 배가 있다’는 어민의 신고로 출동해 여성 3명과 남성 1명 등 북한 주민 4명이 7.5m 길이의 나무로 만들어진 전마선(소형 고기잡이배)에 타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정부 합동정보조사팀에 신병을 넘겼다.
군과 국가정보원 등 관계 당국은 이들을 상대로 귀순 의사 등 합동 신문을 진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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