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곳곳에서 빈대가 연달아 출몰한 가운데 이번에는 경기 부천의 한 고시원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 23일 경기 부천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부천시 365 콜센터에 “고시원에서 빈대가 나왔다”라는 내용의 민원 전화가 걸려 왔다.
이 민원인은 “빈대에게 물려 병원 치료를 받았다”라며 “시에서 뭔가 조치해 달라”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천시는 고시원 업주에게 빈대 방제를 위한 매뉴얼이나 방역 수칙을 안내할 방침이다. 시는 빈대가 법정 감염병을 매개하거나 전파하는 벌레가 아니기 때문에 별다른 현장 조사나 확인에는 나서지 않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고시원 측의 허술한 대책이 논란이 되고 있다.
24일 MBC에 따르면 지난 10일 문제의 고시원에 입실한 제보자는 첫날부터 방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벌레를 목격했다.
제보자는 고시원에 사정을 말한 뒤 새 방으로 옮겼지만 새 방에서도 같은 벌레가 나타났다. 이후에는 옷가지와 벽면, 공용 부엌에서도 이 벌레가 출몰하기 시작했다.
제보자는 벌레에 온몸을 물려 몸이 붓고 가려움도 심해졌다며 부어오른 팔과 다리 사진도 제보했다. 제보자가 매체에 보낸 사진에는 손톱으로 벌레에게 물린 부위를 심하게 긁어 부어오른 모습이 담겼다.
제보자는 영상과 사진을 방역 업체에 보내기도 했다. 방역 업체는 해당 벌레가 빈대라며 이미 빈대가 고시원 전체에 퍼진 것 같으니 퇴실을 권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고시원 측은 이에 대해 황당한 답변을 내놨다. 당장 방역이 안 된다며 제보자에게 찬물로 씻고 무작정 참으라고 한 것이다.
부천시의 인구는 78만 4273명이다. 부천역을 통과하는 1호선은 열차 내 좌석이 천으로 돼 있어 주로 섬유 제품에 숨어 있는 빈대가 번식하거나 퍼지기도 쉽다.
이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깊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빈대 전국 유행이 머지않아 현실화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 네티즌은 “지금 제대로 못 잡으면 곧 전국에 퍼질 것 같다. 우리나라 전철 대부분이 천 의자인 데다가 대중교통 이용 인구가 몇인데…”라며 걱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앞서 지난 13일 인천 서구 사우나에서는 살아 있는 빈대 성충과 유충이 발견돼 운영이 잠정 중단됐다.
또 지난달 대구 계명대 기숙사에서도 학생이 빈대에게 물렸다는 신고가 접수돼 대학 측이 긴급 소독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빈대가 발견된 방은 외국인 유학생이 머물렀던 방으로 알려졌다.
빈대는 주로 야간에 따뜻한 곳을 찾아다니며 피를 빨아먹는다. 전염병을 옮기지는 않지만 물리면 극심한 가려움증을 유발한다. 빈대는 하룻밤에 500회 이상 사람을 물 수 있으며 한 번 물때 자기 몸무게의 7배에 달하는 양의 혈액을 빨아들인다.
국내에서는 1960년대 새마을 운동과 1970년대 DDT 살충제 도입으로 빈대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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