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의사’가 겪는 상황이 구체적으로 전해졌다.
22일 중앙일보는 경남 산청군 보건의료원(이하 산청의료원) 유재등(69) 내과 과장 스토리를 보도했다.
유 과장은 지난 6월 12일부터 산청의료원에 출근했다. 2년 계약이며 1년 단위로 연장 가능하다. 하루 8시간씩 주 5일 근무다. 연봉은 세전 3억 6000만 원이다. 유 과장의 집은 직장에서 도보 10분 거리다.
충북 청주 시내에서 개인병원을 운영하던 유 과장은 “도시에선 병원 유지를 위해 하루 100명이 넘는 많은 환자를 봐야 했다”며 “그러다 보니 좀 복잡하거나 새로운 지식이 필요한 환자는 기피했다. 여기선 좀 더 여유 있고, 여러 유형의 환자를 살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유 과장은 산청에서 ‘귀하신 몸’이다. 산청의료원엔 하루 평균 200명 환자 중 60% 이상이 내과 환자인데도 1년 넘게 내과 전문의가 없었다. 채용 공고를 내도 지원자가 없었다. 5번의 모집 끝에 온 사람이 유 과장이다.
산청에서 유 과장을 찾아오는 환자들은 주로 혈압·당뇨 관련 질환을 앓고 있는 어르신이다. 유 과장은 퇴근 전까지 적을 땐 50명, 많을 땐 80명 정도 환자를 본다.
유 과장은 시골 지역 의료 한계도 경험하고 있다. 엑스레이, 초음파, 혈액 등 기본적인 검사는 가능하지만 MRI나 CT 등 정밀 진단을 하기엔 어렵다. 입원실도 운영되지 않고 있다.
유 과장은 “급성 신우신염(신장 질환 중 하나) 환자가 몇 케이스 있었는데, 약물 치료하면 좋아지는 경우도 많아서 하루 이틀 지켜보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다”며 “심장질환은 혈관조영술도 받아야 하는데, 그런 검사를 할 수 없으니 상급병원이 있는 도시로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의사가 시골에서 진료해도 생활이 될 만큼 인센티브 주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의사 수 자체는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의사 중에도 개인 의원 하다 망했거나 간호사 등 봉급도 주기 어려운 의원도 있다. 이런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면 당장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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