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회의 계절인 가을이 찾아왔다. 생선회를 즐기는 사람들이 찝찝하게 여기는 것이 있다. 고래회충이다. 광어, 우럭, 오징어, 고등어, 갈치, 참조기, 도다리 등 대다수 바닷물고기에 기생하는 기생충이다. 우리 몸에 산 채로 들어갈 경우 심하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한 것이 고래회충이다. 안심하고 생선회를 먹는 방법은 무엇일까. 또 고래회충은 얼마나 위험할까.
유명 유튜브 채널인 ‘입질의 추억’을 운영하는 어류 칼럼니스트 김지민씨는 ‘고래회충의 진짜 진실을 알려드립니다’란 영상에서 고래회충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그 이유가 뭘까.
김씨에 따르면 고래회충은 구충제가 소용없다. 우리가 먹는 구충제 알벤다졸은 민물고기에서 나오는 간디스토마를 비롯해 회충, 촌충, 요충, 십이지장충 같은 충들을 박멸하기 위한 약이지 바다 기생충에는 잘 듣질 않는다. 물론 지속적으로 복용하면 약발이 들 수도 있겠지만 바다 기생충에게 직접적이면서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만한 효력은 없다. 그렇기에 기생충 약을 복용하는 것은 고래회충 박멸에 큰 도움이 안 된다.
그럼에도 고래회충이 산 채로 우리 입에 들어갈 확률은 거의 없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다가 사고가 날 확률과 같거나 그것보다 낮다고 김씨는 말한다.우리가 먹는 생선회의 90% 이상은 양식이다. 양식 활어는 고래회충과 관련이 없는 사료를 먹고 자란다.
김씨는 “횟집을 운영하는 지인들의 얘기를 들어 보면 수년 동안 양식 활어를 하루에 300마리씩 손질해봤지만 한두 번 어쩌다 감염된 경우를 제외하면 기생충이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라면서 “양식 활어에 기생충이 있을 확률은 거의 드물다”고 말한다.
자연산 활어의 고래회충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자연산 활어에 기생하는 기생충도 입에 들어올 확률이 극히 낮기 때문. 우선 고래회충은 대부분 내장에 기생하기에 활어를 손질 과정에서 함께 제거된다. 그렇기에 싱싱한 회를 먹을 때 고래회충을 먹을 가능성은 낮다.
다만 도마 하나로 손질도 하고 포도 뜨는 비위생적인 곳에선 칼이나 도마를 통해 고래회충이 생선회에 묻을 가능성이 있다. 또 죽은 생선을 회로 떠서 먹을 때도 조심해야 한다. 고등어나 붕장어, 쥐노래미 등의 물고기를 아이스박스에다 담았다가 집에 와서 3~5시간가량 지나 회를 뜨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숙주인 물고기가 죽으면 고래회충이 내장을 뚫고 살 쪽으로 이동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얇게 포를 뜨는 과정에서 고래회충이 절단돼 죽기 때문. 회를 두껍게 썰어 잘리지 않고 살아서 입에 들어간 고래회충도 회를 씹는 과정에서 잘게 절단돼 죽는다. 김씨는 “이렇게 극악한 확률을 뚫고 고래회충이 산 채로 배로 들어가는 확률이 대중교통을 이용했을 때 사고가 날 확률보다 낮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그는 “확률이 낮은 것이지 0%는 아니다. 0.01%라도 내게 걸리면 100%가 될 수 있다”라면서 “그렇기에 극히 낮은 확률이 1년에 몇 건 정도 고래회충증에 걸리는 환자가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김씨에 따르면 배로 들어간 고래회충은 인간이 자기가 살기에 적당한 숙주가 아니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탈출하기 위해 위벽을 뚫으려고 한다. 김씨는 “회를 먹고 4, 5시간정도 경과했을 때 명치 부근에 쿡쿡 찌르는 극심한 통증이 생기면 고래회충증을 의심해야 한다”라면서 “빨리 응급실에 가서 내시경을 통해 고래회충을 적출해야 한다. 운이 나쁘면 천공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씨의 설명을 담은 영상을 시청한 한 누리꾼은 “그 극악한 확률을 뚫고 고래회충이 우리 아빠 위에 붙어서 천공이 생길 뻔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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