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보육원을 전전하다 유흥업소에서 생계를 이어가던 여성을 살해한 동거남이 감형을 받은 이유가 공분을 자아낸다.
JTBC 시사 프로그램 ‘사건반장’은 지난 12일 방송을 통해 2016년 백골 상태로 발견된 여성 A씨의 파란만장한 사연을 집중 조명했다.
2015년 2월 청주에서 근무하던 경찰은 한 사건을 조사하던 와중에 “음성에서 한 여성이 동거남에게 살해됐고 암매장된 거 같다”는 첩보를 들었다.
경찰은 피해자가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여성이라는 얘기를 듣고 음성에 있는 유흥업소를 방문해 탐문수사를 벌였다. 이때 한 직원으로부터 “2012년 음성군 대소면의 한 호프집에서 일하던 누가 감쪽같이 없어졌다”는 증언을 들었다.
조사 결과, 없어진 인물은 36세 이 모 씨로 밝혀졌다.
경찰은 이 씨가 첩보 속 피해자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그녀의 카드·휴대전화 사용 내역, 인터넷 접속 기록, 병원 진료 기록 등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2012년 9월부터 이 씨의 행적이 남아 있지 않다는 걸 알아냈다.
경찰이 수사를 통해 용의자로 지목한 인물은 A씨와 동거하던 38세 남성 B씨였다.
B씨는 “A씨는 어디 있냐”는 경찰의 물음에 “나도 답답하고 황당하다”고 발뺌하다가 거듭되는 추궁에 살해 사실을 자백했다.
B씨는 “주점에 드나들며 A씨와 알게 됐고 동거는 범행 두 달 전에 시작했다. 2012년 9월에 A씨가 이별 통보를 하며 다른 남성을 언급하자 격분해 주먹으로 구타했고, 이때 숨졌다”고 진술했다.
B씨는 숨진 A씨의 시신을 동생과 함께 자신 명의 어머니의 밭 한 가운데에 묻었다. 4년 뒤 경찰이 시신을 발견했을 땐 이미 백골화가 진행된 상태였다.
B씨는 1심에서 우발적 살해가 인정돼 징역 5년을 선고받았고, 동생은 집행유예 2년에 그쳤다.
B씨는 이후 진행된 항소심에서 징역 3년으로 감형됐다. 피해자의 친부가 B씨를 용서했고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A씨의 친부는 재판 진행 중에 B씨로부터 5000만원을 받아 챙겼고, 이 대가로 처벌불원서를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 분노를 자아내는 건 A씨와 친부가 20년 넘게 남처럼 지내왔다는 점이다. A씨는 어린 시절 부모님의 이혼으로 할머니 집에 맡겨졌고, 초등학생 때 가출해서 보육원을 전전하다 유흥업소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양원보 기자는 “동거남에게 버림받고 자신을 버린 아버지에게 두 번 버림받은 피해자의 억울한 원혼이 온전히 저승에 갈 수 있겠냐”고 분노했다.
오윤성 범죄심리학과 교수 또한 “당시 검찰도 절연한 친부와의 합의로 감형돼 유감이라는 입장을 드러낸 바 있다”며 “특히 절반 가까이 형을 줄인 것은 기계적인 판결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국민들의 공감을 얻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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