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 꼬리 자르기 하는 짓 해선 안돼
파천황의 변화 없이는 총선 어렵다”
지도부 총사퇴, 비대위 전환 주장 해석
의총 앞두고 ‘비대위 공론화’ 시계제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로 국민의힘 임명직 당직자 전원이 사의를 표하는 등 후폭풍이 이어지는 가운데,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이 당 밖에는 대통령실의 간섭 없이 총선을 치러낼 훌륭한 분들이 있다며 당 지도체제를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홍준표 시장은 14일 오전 SNS를 통해 “부하에게 책임을 묻고 꼬리 자르기 하는 짓은 장수가 해서는 안될 일이다. 패전의 책임은 장수가 지는 것”이라며 “그 지도부로는 총선 치르기 어렵다고 국민이 탄핵했는데, 쇄신 대상이 쇄신의 주체가 될 자격이 있느냐”고 물었다.
아울러 “당밖으로 눈을 돌리면 용산의 간섭 없이 독자적으로 공천하고 당을 이끌어가면서 총선을 치를 훌륭한 분들이 있다”며 “정권과 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총선이다. 파천황(破天荒)의 변화 없이는 총선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에 의해 임명된 임명직 당직자 전원이 이날 사의를 밝힌 가운데, 홍 시장이 이를 ‘부하들 꼬리 자르기’로 치부해 평가절하한 것으로 보인다. 임명권자인 김 대표가 직접 보궐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라는 압박이다. 특히 ‘쇄신 대상이 쇄신 주체가 될 수 없다’는 말은 김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 총사퇴를 압박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홍 시장은 앞서 전날 저녁에도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패배하고 당이 어려울 때, 그 결과책임을 지고 나는 당대표직을 사퇴한 일이 있었고, 2018년 6월 지방선거 때 나홀로 ‘위장평화쇼’라고 주장하다가 막말로 몰려 참패하던 날 또 한 번 사퇴를 했다”며 “정치책임은 사법책임과는 달리 행위책임이 아니라 결과책임이기 때문에 당연히 사퇴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행위책임’은 자신이 한 의도와 행위에 따라 책임을 지는 것이고, ‘결과책임’은 자신의 의도·행위와 관계없이 나타난 결과에 따라 책임을 지는 것을 의미한다. 김 대표가 애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무공천을 주장해 공천이 이뤄진 과정에 책임이 없더라도, 보궐선거 참패라는 결과가 벌어진 이상 정치적 책임을 지라는 뜻이다. 역시 당대표 사퇴를 재차 압박한 것이다.
“당밖으로 눈을 돌리면 용산의 간섭 없이 독자적으로 공천하고 총선을 치를 훌륭한 분이 있다”는 말은 내년 4·10 총선을 공천부터 선거 지휘까지 이끌 지도부를 외부에서 영입하자는 의미로 해석된다. 당밖에서 지도부를 영입하는 것은 ‘비상대책위원회 모델’ 밖에 없다는 점에서, 지난 3·8 전당대회로 선출된 지도부는 총사퇴하고 당을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자는 입장으로 해석된다.
보궐선거 참패의 수습책을 논의할 의원총회가 오는 15일로 예고된 가운데, 당을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자는 주장이 공식 제기되면서 집권여당 국민의힘 상황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시계제로’ 상황에 빠졌다.
다만 홍 시장은 원외(院外)라는 점에서, 원내에서 ‘비대위 주장’에 호응하는 세(勢)가 얼마나 붙을지가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국민의힘 4선 중진 홍문표 의원은 전날 YTN라디오 ‘뉴스킹’에 출연해 “일곱여덟 분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는데 거의 다 원외이지만 ‘이번 개혁이 최소화해서 슬쩍 넘어간다면 연판장을 받겠다’고 하더라”며 “책임자가 나오지 않고 미봉책으로 가면 원외위원장들이 연판장이라도 받겠다고 얘기를 하시더라”고 전했다.
반면 3선 조해진 의원은 지난 10일 YTN라디오 ‘뉴스 정면승부’에서 “비대위 이야기도 있고 한데 개인적으로 비대위를 그렇게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우리 당이 20대 국회 4년 내내 거의 비대위 체제로 갔지만 결과가 어땠느냐”라며 “4년 내내 당이 불안정하고 제대로 안 돌아가서 결국 총선에서 패배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집권여당의 지도체제를 결정하는데에 있어서는 용산 대통령실의 의중을 배제할 수 없는데, 대통령실에서 ‘용산의 간섭 없이 독자적으로 공천하고 총선을 치를’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을 반가워하겠느냐는 회의론도 나온다. 설령 비대위를 세우더라도 용산과 더욱 거리가 가까운 비대위로 귀결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홍준표 시장의 비대위 체제 전환 주장이 윤석열 대통령과의 교감 하에서 나온 것은 아닐 것”이라며 “원내에서 의원들은 용산의 의중이 현 김기현 체제를 재신임하는데 있는지, 아니면 비대위 체제로 총선을 치르는 게 낫다는데 있는지를 파악하는데 주력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