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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탕후루’ 열풍이 불면서 청소년들 사이에서 탕후루 등 초가공식품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음식의 중독성이 술·담배 수준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미시간 대학 심리학과 애슐리 기어하트 교수가 참여한 미국·스페인·브라질 3개국 공동연구팀이 36개국 281개 연구를 메타 분석한 결과, 성인 14%와 청소년 12%가 음식중독 증상을 보이고 있으며 중독 대상은 대부분 초가공식품인 것으로 밝혀졌다.
초가공식품(Ultra-Processed Foods·UPF)이란 식재료를 가공한 다음 향료·인공감미료·색소 등의 첨가물을 넣은 식품이다. 탕후루 외에도 탄산음료, 마카롱, 아이스크림, 냉동 간편식, 소시지 등이 있다.
연구팀은 중독의 기준을 음식 섭취에 대한 통제력 감소와 금단증상, 비만, 폭식 장애 등을 토대로 정했다. 성인의 초가공식품 중독 수치인 14%는 술(14%)과 동일하고 담배(18%)보다 약간 낮은 정도다. 그러나 연구팀은 “청소년이 특정 대상에 이 정도로 중독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우려했다.
초가공식품을 섭취하면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급증시켜 일시적으로 기분을 좋게 만들기 때문에 강한 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 초가공식품 역시 술이나 담배와 같이 중독증상을 일으켜 도파민 보상을 갈구하게 한다. 이로 인해 더 많이, 더 자주 초가공식품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술·담배 중독의 원인 물질은 에탄올과 니코틴으로 명확한 반면, 초가공식품 중독을 유발하는 특정 물질은 지금까지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초가공식품 중독을 일으키는 물질은 액상과당이나 지방과 같은 단일 물질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며 “알려지지 않은 성분들의 상호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보았다.
연구팀은 정제된 탄수화물과 지방 함량이 높은 초가공식품을 즐겨 먹는 사람들에 대해 ‘물질사용장애’라는 진단을 내렸다. 물질사용장애는 특정 물질의 사용이 문제가 되는데도 사용을 멈추지 못하는 행동 패턴을 보이는 일종의 정신장애다.
기어하트 교수는 “일부 초가공식품과 중독 간의 관련성에 대한 일관된 근거가 드러나고 있다”면서 “초가공식품을 강력한 중독성 물질로 규정하는 것이 전 세계 건강 문제 해결 및 초가공식품 중독으로 인한 위험성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영국의학저널(BMJ) 최신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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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후루는 과일 등에 설탕 시럽을 입힌 중국 전통 디저트다. 탕후루 하나에 든 당분은 10~25g으로 꼬치 두 개만 먹으면 성인의 하루 당분 섭취 권고량 50g에 이르게 된다. 탕후루의 열량은 100g당 70~100㎉ 정도다.
한편 대한비만학회 부회장 김경곤 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11일 CBS 라디오 프로그램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단순당 같은 경우 몸에서 에너지가 필요할 때 소화 과정이 복잡하지 않고 먹자마자 바로 흡수되고 바로 이용할 수 있어 몸에서 좋아할 수밖에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 교수는 “몸에서 굉장히 유익하다고 하면 뇌에 이 행동을 강화하기 위한 보상 체계가 있어 먹었을 때 느낌이 좋아 또 먹게 된다”며 “(이 보상 체계가 작동하는 방식이 몸에 해로운) 담배, 니코틴, 마약 중독과 거의 비슷한 체계로 흘러가 뇌 안에서 그런 것들을 강화하는 도파민이나 여러 신경 전달물질이 나오기 때문에 한번 (단)맛에 길들여지면 헤어나오기 힘들다”고 경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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