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서울 중구 시청역에서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사진=천현정 기자 |
“버스 요금도 오르고 지하철 요금도 오른다고 하니 ‘대중교통이 시민의 발’이라는 말도 옛말이 된 것 같네요.”
6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시청역 내 일회용 교통카드 발매기 앞에서 만난 이재열씨(24)는 지하철 요금 인상 소식을 듣고 이같이 말했다. 이씨는 “몇 년 전만 해도 지방일수록 교통비가 비싸고 서울은 비교적 싸서 본가인 경북 영주에서 서울에 올 때마다 교통비 신경을 덜 쓰고 열심히 돌아다녔는데 이젠 부담이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수도권 지하철 기본요금이 오는 7일 첫차부터 1250원에서 1400원(교통카드 기준)으로 150원 인상된다. 지하철 요금이 오르는 건 2015년 이후 8년 만이다. 지하철 1회권 가격은 기존 1350원에서 150원 오른 1500원으로 조정된다.
정기권(30일 내 60회) 요금도 기본요금 인상과 함께 상향 조정된다. 서울 전용 1단계 정기권은 기존 5만5000원에서 6만1600원으로, 18단계 정기권은 11만7800원에서 12만3400원으로 조정된다.
지난 8월 버스 기본요금이 기존 1200원에서 1500원으로 300원 인상된 데 이어 지하철 기본요금까지 잇따라 인상되면서 시민들은 한숨을 쉰다. 지난달 기준 물가상승률이 4%에 육박하는 상황에 일상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교통비 부담까지 더해졌다.
대학생 김민지씨(21)는 “버스를 자주 타다가 버스 요금이 오른 뒤로는 지하철을 주로 탔는데 지하철 요금까지 올라 걱정”이라며 “이미 한 달 교통비가 9만원 정도 나오는 상황에 이제 웬만한 거리는 걸어 다니려고 한다”고 말했다.
대학원생 황현정씨(25)는 “본가가 경기도 구리라 경의중앙선과 2호선을 자주 이용하는데 지금도 한 번에 1530원이 든다”며 “다른 교통수단이 없어 지하철을 계속 탈 수밖에 없고 기후동행카드도 경기도민은 이득이 없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2007년 이후 16년 만에 청소년 요금과 어린이 요금도 인상된다. 청소년 요금은 80원 오른 800원, 어린이 요금은 50원 오른 500원으로 조정된다.
고등학생 박채연양(17)은 “부모님이 매달 주시는 용돈에서 교통비를 사용하고 있는데 청소년 지하철 요금도 오른다니 더 아껴 써야 할 것 같다”며 “따릉이 타고 등하교를 할까도 생각해봤지만 날씨가 추워져서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이유나양(19)도 “창동에서 시청역으로 등하교하는데 지하철이 유일한 교통수단”이라며 “지하철 요금이 오른다니 부모님께 교통비 명목의 용돈을 올려달라고 말해야겠다”고 했다.
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사 내 지하철 요금 인상을 알리는 공지가 붙어있다. /사진=이지현 기자 |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 요금 인상에 시민들은 자구책을 찾아 나섰다. 지난달 발표된 기후동행카드를 사용하거나 교통비 할인이 큰 신용카드를 가입하겠다는 것이다. 기후동행카드는 월 6만5000원만 내면 서울시 대중교통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카드로 내년 1월 도입을 앞두고 있다.
답십리에서 시청으로 출퇴근하는 조혜연씨(51)는 “가장 빠른 교통편이 지하철이라 요금이 오르더라도 울며 겨자 먹기로 지하철을 타야 한다”며 “교통비 할인 폭이 더 큰 신용카드를 알아보거나 기후동행카드가 출시된다면 카드를 교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만성적인 지하철 적자를 고려할 때 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직장인 서혜진씨(44)는 “지하철은 제시간에 맞춰 온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시민 입장에서는 요금이 오르더라도 포기할 수 없는 선택지”라며 “지하철이 누적 적자라고 하니 요금을 안 올릴 수 없는 상황인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버스, 지하철 등 잇따른 교통비 인상이 대중교통 적자를 완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2021년 기준 서울에서 1명이 지하철을 한 번 타면 755원의 적자가 발생한다. 지난 한 해 지하철은 6400억원의 손실을 냈다.
서울시는 지하철 요금이 300원 오르면 수입이 3500억원 늘어날 것으로 본다. 적자 해소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적자를 완화하는 효과는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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