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상대 소송 협조 거부에…”의사결정 자유 제한…정당행위 아냐”
(서울=연합뉴스) 권희원 기자 = 법원이 이혼소송 중인 아내의 외도 사실을 직장에 알려 ‘평생 얼굴을 들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협박한 남편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박병곤 판사는 협박 등 혐의로 기소된 A(45)씨에게 지난 19일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2020년 12월 아내 B씨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된 뒤 불륜 상대방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 과정에서 B씨가 진술서 작성을 거부하자 “회사에 진정서가 날아갈 것”이라며 협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이렇게 된 이상 죽을 때까지 끝까지 물고 늘어질 것”, “평생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하게 하겠다”, “너 죽고 나 죽자”라고도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해 6∼7월에는 B씨의 외도 사실을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해 이듬해 2월 법원에서 약식명령을 선고받기도 했다.
재판부는 “여성인 B씨가 외도를 저지른 사실이 직장에 알려질 경우 회복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얻게 될 수밖에 없다”며 “피고인의 발언은 B씨의 의사결정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실행 자유를 방해하기에 충분한 내용”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굳이 범죄사실과 같은 말을 하지 않았더라도 손해배상 소송과 이혼소송과 관련한 유리한 증거를 수집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A씨가 대화 내내 일관되게 부인의 외도 사실을 회사 등에 알리며 끝까지 보복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면서 “피고인의 말이 일시적 분노의 표시에 불과했다 보기 어렵고 사회상규에 어긋나지 않는 정당행위라 볼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hee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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