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호원초등학교 고(故) 이영승 교사에게 지속적인 치료비 요구로 수백만 원을 뜯어낸 것으로 알려진 학부모가 “치료비를 요구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한 가운데 실제 더 많은 돈을 받은 정황이 나왔다.
2016년 A씨의 자녀가 수업 중 페트병을 자르다 커터칼에 손이 베였다. 이 사고로 A씨 측은 학교안전공제회로부터 두 번에 걸쳐 보상금을 받았다.
그럼에도 A씨는 계속 보상을 요구했고 학교는 이영승 교사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이영승 교사는 휴직하고 군 복무를 하던 중에도 A씨 민원에 시달렸다.
심지어 3년이 지나 해당 학생이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2019년 12월 31일 A씨는 2차 수술 예정이라며 이영승 교사에게 또다시 연락해 보상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지속적 연락과 민원을 가장한 괴롭힘에 못 이긴 이영승 교사는 자신의 사비로 매월 50만 원씩 8회 총 400만 원을 학부모에게 지급했다. 당시 이 교사가 받은 월급은 200만 원 정도였다.
이른바 ‘페트병 사건’이 공론화되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A씨의 얼굴과 이름, 직장 등 신상 정보가 공개됐다. A씨가 서울 지역 한 농협에서 부지점장으로 근무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홈페이지뿐 아니라 지도 앱 별점에도 1점 테러가 이어졌다.
농협 측도 지난 19일 A씨를 대기발령 했지만, 이후에도 논란이 이어지자, 공식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시했다.
반면 A씨는 23일 SBS에 “고인에게 치료비를 요구한 사실이 없다”며 “조만간 입장을 정리해 내놓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28일 MBC에 따르면 이 교사는 400만 원에 더해 1차 치료비 100만 원을 먼저 보냈다. MBC는 A씨와 이 교사가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2019년 2월 학생의 수술 당일 “참 힘드네요. 내일 병원에 또 방문합니다. 문자 보시면 연락 주세요”라는 문자를 보낸 A씨에게 이 교사는 50만 원씩 10개월을 돕겠다고 말했다.
수술 열흘 뒤인 이 교사가 “어머님 계좌 번호 보내주세요. 주말 동안 (치료비) 보낼게요”라고 하자 A씨는 다음 날 농협 계좌번호를 알려줬다.
다시 열흘 뒤 A씨는 “치료비를 송금해줘서 감사드립니다. 수술 잘 됐다 하네요. 저두 좀 마음이 놓이네요. 조만간 연락드릴게요”라는 문자를 보냈다.
1차 성형수술비 100만 원을 주말인 3월 2일과 3일 사이에 먼저 보낸 것으로 보인다. 이후 이 교사는 2019년 4월부터 11월까지 매달 50만 원씩 400만 원을 더 송금해 약속했던 500만 원을 모두 지급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교사의 법률 대리인인 이정민 변호사는 “‘돈을 달라’고 하는 직접적인 표현이 없더라도, 그 당사자가 공포심을 느껴서 의무 없는 일을 하게 만들 정도로 구성이 됐다면 그건 협박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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