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 맞지 않는 예법이 아직도 남아 있다.
현 가정의례준칙 제5장 ‘제례’ 부분을 보면 여전히 ‘차례는 매년 명절 아침에 맏손자의 가정에서 지낸다’라는 규정이 있다.
28일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 설명을 보면 가정의례준칙이 처음 제정되던 1969년 당시에는 경제발전 과정에서 만연한 과시소비적 의례 문화의 확산을 막고 건전한 가정의례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다.
이에 권고적·훈시적 규정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가정의례준칙을 대통령 고시로 최초로 제정했다.
하지만 실제로 지키는 경우가 별로 없다 1973년 개정된 법률에서는 각종 의례에서 ‘부고장 등 인쇄물에 의한 개별 고지, 화환 등 장식물 진열, 답례품 증여, 경조기간 중 주류와 음식물 접대’를 하지 못하게 하고 이를 위반하면 50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료에 처하도록 했다.
이 금액은 1981년 200만 원으로 올랐다.
이후 집마다 생활 방식이 다양해지고 허례허식 철폐 필요성이 낮아지자 1999년 개정 법률에서는 가정의례 관련 법적 규제가 아예 없어졌다. 의례 절차에 대한 규정은 권고적·훈시적 법령으로 바뀌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차례는 맏손자의 집에서 지낸다는 내용이 버젓이 남아 있는 것이다.
현재 가정의례준칙최영갑 성균관유도회총본부 회장은 “가정의례준칙이 처음 제정된 1969년과 달리 이제는 국가가 가정의례의 중심이 될 수 없다”며 “성균관은 유교적 차원에서 최소한의 도리를 다하되, 시대에 맞지 않는 것은 과감하게 바꾸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맏손자의 가정에서 차례를 지내야 한다’는 규정에 대해서도 “딸만 있는 가정이 얼마나 많느냐”고 반문하며 “마땅히 딸도 제사권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바꿀 권한을 갖고 있는 여성가족부 측은 “사실상 사문화된 법 조항이라 여가위의 다른 현안에 우선순위가 밀려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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