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지난 3월19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출국장이 일본행 여행객들로 북적이고 있는 모습. 2023.3.19/뉴스1 ⓒ News1 |
서울 강남구에 사는 30대 남성 성모씨는 추석 연휴에 아내와 5박6일간 동남아시아로 해외여행을 떠난다. 다음달 2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6일 황금연휴를 누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성씨는 “코로나19 때문에 오랜 기간 아내와 해외여행을 한 번도 못 갔다”며 “이번 기회에 푹 쉬다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양가 부모님 댁에는 추석 연휴 전날인 지난 27일 오후 반차를 내고 다녀왔다. 성씨는 “양가 모두 수도권에 있어서 하루에 두 곳을 다녀올 수 있었다”며 “해외여행 계획이 있어서 미리 들리겠다고 말씀드리니 이해하셨다”고 했다. 이어 “차례를 지내는 대신 주변 한정식 음식점에서 함께 외식을 했다”고 덧붙였다.
MZ부부들은 차례상 준비에 큰 부담을 느낀다. 남편과 맞벌이하는 30대 여성 박모씨는 “고물가에 살림이 빠듯해서 맞벌이까지 하는데 차례상까지 차리면 부담이 크다”며 “직장 등 일상에 지쳐 차례상 준비에 피로감을 느껴 차례를 지내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해당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젊은 부부를 중심으로 제사와 차례를 지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명절 문화가 바뀌고 있다. 해외여행을 가거나 가족끼리 모이더라도 차례상을 생략하거나 간소화하는 식이다.
최근 롯데멤버스가 추석 명절을 앞두고 20~50대 이상 소비자 4000명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10명 중 6명이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응답자 46.0%는 고향이나 부모님 댁, 친척 집 등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집에서 쉬겠다는 응답도 30.0%로 적지 않았으며, 여행을 가겠다는 응답은 22.4%였다.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 760여명에게 추가로 설문해보니 국내 여행 일정은 평균 3.4일, 해외여행 일정은 평균 5.3일을 잡고 있었다. 하나투어는 추석 연휴(9월 28일~10월 3일)가 포함된 9월 29일~10월 8일 출발하는 해외여행 예약 건수가 올해 여름 성수기(7월 27일~8월 5일)보다 약 30% 많다고 알렸다.
차례상 차리기에 대한 부담으로 명절 가족 간 만남마저 기피하는 모습이 나타나면서 이를 바꾸기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성균관 의례정립위원회 등 3개 유교문화 단체는 올해 1월 ‘차례상 표준안’을 내놓고 ‘제사를 간소하게 지낼 것’을 권고했다.
표준안에 따르면 차례상 기본 음식은 △송편 △나물 △구이 △김치 △과일 △술이다. 이외의 구성은 가족들이 서로 합의해서 결정하면 된다. ‘사계전서’ 등 예법 책에 의하면 전, 튀김 등 기름이 들어간 음식은 오히려 예가 아니라고 나오는 등 차례상 필수 음식은 아니다.
12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종합시장에 제수용 과일이 진열돼 있다. 2023.9.12/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