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메뉴 바로가기 (상단) 본문 컨텐츠 바로가기 주요 메뉴 바로가기 (하단)

명절이면 더 힘겨운 실종아동 부모들…”죽기 전 한 번만”

연합뉴스 조회수  

“다른 가족들 모여있는 모습 보기 힘들어 외출도 안 해”

아동 실종 (PG)
아동 실종 (PG)

[제작 최자윤] 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추석은 오랜만에 일가친척이 한자리에 모이는 풍요로운 명절이지만, 오래전 아이를 잃고 삶이 멈춰버린 실종아동 부모들에게는 더없이 힘겨운 때다.

실종아동 가족들은 모두가 들뜨는 명절이야말로 어린이날, 잃어버린 아이의 생일과 함께 가장 그리움이 밀려오는 때라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최명규(57·실종아동찾기협회 경기남부지회장)씨는 2000년 5월7일 경기도 안산시 집 앞 골목에서 아들 최진호(당시 4세)군이 사라졌던 그날의 모든 순간을 기억한다.

집 안에서 창문으로 놀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확인하던 엄마가 두살 터울 동생을 재우는 사이 벌어진 일이었다.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지만 수사는 진척이 없었다. 실종 신고가 ‘가출’로 접수됐다는 건 뒤늦게 안 사실이다. 그는 국가에 책임이라도 묻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최씨는 2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금이야 이렇게 말할 수 있게 됐지만 그때는 정말 미친 사람처럼 찾으러 돌아다녔다”며 “다섯살 짜리, 만으로 네살 밖에 안되는 애가 어떻게 가출하느냐. 가출로 신고를 받으면 안 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최씨는 진호군을 잃은 후 전국을 돌아다녔다. 뿌린 전단이 얼마나 되는지, 돈이 얼마나 들었는지 헤아리는 것도 잊었다. 제보를 받으면 바로 가봐야 하니 멀쩡한 직장도 구하기가 어려워 건설 현장 일용직을 전전했다. 그나마도 일용직으로 지방에 내려가면 짬을 내 현장 인근에서 전단을 돌리고 아이의 흔적을 찾았다.

그 사이에 전단을 보고 ‘내가 아이를 데리고 있으니 돈을 달라’며 거짓 제보에 돈을 뜯긴 적도 있다.

2011년에는 집에서 1㎞가량 떨어진 저수지 물까지 빼봤지만 아이의 흔적을 찾을 수는 없었다. 그렇게 23년이 흘렀다.

최씨는 “그날 이후로 추석 같은 명절은 챙겨본 적도 없다”며 “나는 사실 다른 가족들이 모여서 손잡고 선물을 들고 다니는 모습을 보는 게 힘들어서 명절에는 외출도 안 한다”고 말했다.

그는 추석이 지나면 또다시 진호군의 흔적을 찾아볼 계획이다. 여전히 진호군이 살아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수십 년이 지났지만 유전자 검사로 잃어버린 가족을 찾았다는 다른 사람들의 소식을 들을 때면 축하와 부러움의 감정이 한 번에 찾아온다.

최씨는 “해외 입양됐다가 찾기도 한다니까 그런 거 보면 부럽기도 하고, 우리 애도 꼭 찾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고 한다”며 “우리 애 만나면 여태껏 열심히 찾았는데 너무 오래 걸렸다고, 너무 늦게 찾았다고 아빠 미워하지 말라고, 많이 사랑한다고 꼭 말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1992년께 이동가(당시 6세)군을 잃어버린 어머니 A씨도 30년 넘게 아들을 찾아 헤매며 여전히 잠 못 드는 밤을 보내고 있다.

A씨는 전단을 뿌리다가 ‘어떻게 자식을 잃어버리느냐’는 날 선 소리에 상처를 받기도 했다. 당시 혀를 끌끌 차던 사람이 버리고 간 전단을 밟을까 봐, 아들 얼굴이 밟힐까 봐 쫓아가 주운 적도 셀 수가 없다.

동가군 없이 따뜻한 방에서 자는 게 죄스러워 A씨의 방은 1년 내내 냉골이다.

A씨 역시 추석을 쇠는 건 남의 얘기라는 듯 그저 조용하게 보낸다고 했다.

A씨는 “추석은 수확의 계절이라는데 따뜻한 밥 한 끼 해주지를 못해서 더 가슴이 아프다”며 “내년이면 일흔이 되는데 죽기 전에 한 번만 보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경찰청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18세 미만 아동 실종신고는 2만6천416건이다. 최근 5년간 발생한 실종아동의 99% 이상은 조기에 발견되고 있지만, 1년 이상 장기 실종아동은 954명이나 된다.

[최명규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최명규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jandi@yna.co.kr

연합뉴스
content@newsbell.co.kr

댓글0

300

댓글0

[뉴스] 랭킹 뉴스

  • “기사 한 줄이라도”…尹 비상계엄에 가려진 범죄·참사 피해자들의 ‘호소’
  • 카트라이더 프로게이머 명민진, 근황 공개
  • 골프장 카트 결함 알고도 구매 계약 준공…수도권매립지공사 직원들 적발
  • '내란혐의' 尹사건 중앙지법 형사25부…'김용현·조지호' 재판부 배당
  • "이렇게 넓고 좋은데"…259만원 싸지고 기본 옵션 추가된 '준대형 SUV'
  • 박지원, 비명계 '李 비판'에 "대권주자 4金 찻잔 속 태풍"

[뉴스] 공감 뉴스

  • 밀양시민장학재단, 장학생 지원 기준 완화...“더 많은 학생이 혜택 보도록 개선”
  • 대한불교조계종 금강사, 거제시 무료 급식소 지원 성금 1000만원 ‘쾌척’
  • 맛김, 23.6% 폭등…이제 김도 귀한 몸
  • 합천군 CCTV 통합관제센터, 24시간 군민 안전 파수꾼
  • 尹 "대통령실이 국정 중심…최선 다하라"
  • 고성군, 봄철 소각산불 차단 통해 대형산불 제로화 총력

당신을 위한 인기글

  • “인도용 코나 일렉트릭?” 현대차, 크레타도 EV 모델 내놓는다!
  • “한국은 없는 현대차 오토바이” 자영업자, 국내도 출시해라 난리!
  • “상담만 받아도 커피 증정” 출고하면 커피머신까지 준다!
  • “쌍용 전설, 이젠 조선 사이버트럭” KGM, 전기 픽업트럭 공개!
  • “평생 엔진오일 무료에 할인까지?” 벤츠 200만 원 더 싸게 사는 법
  • “제네시스도 포르쉐 급” GV80 데저트 에디션에 수입차 차주들 오열!
  • “부잣집 벤츠는 옛 말” BMW 7시리즈, 회장님들 선택 독차지 했다!
  • “마이바흐 오픈카까지 내보낸다” 벤츠코리아 이 악물었더니 오너들 대환호!
//php echo do_shortcode('[yarpp]'); ?>

함께 보면 좋은 뉴스

  • 1
    ‘나솔사계’ 10기 영자·훅김 등 최종커플 3쌍 탄생…10기 정숙 선택 포기

    연예 

  • 2
    ‘쓰레기차 피하려다 똥차에 치였다’…분노한 서포터들“66파운드”↔구단주“사진이나 찍어”맞대응…팬들“구단 적자 팬에게 전가”분통↔구단“PSR준수 불가피한 선택”

    스포츠 

  • 3
    前 캡틴의 맨유 금쪽이 맹비난…"프로 선수라면 훈련 제대로 해!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스포츠 

  • 4
    '오징어 게임' 시즌3, 6월27일 공개..론칭 포스터&스틸 선봬

    연예 

  • 5
    이래서 中 196cm MB 집 보냈나…"더 좋아질 것" 뉴질랜드 국대 흥국行 신의 한 수, 12억 빈자리도 티 나지 않는다

    스포츠 

[뉴스] 인기 뉴스

  • “기사 한 줄이라도”…尹 비상계엄에 가려진 범죄·참사 피해자들의 ‘호소’
  • 카트라이더 프로게이머 명민진, 근황 공개
  • 골프장 카트 결함 알고도 구매 계약 준공…수도권매립지공사 직원들 적발
  • '내란혐의' 尹사건 중앙지법 형사25부…'김용현·조지호' 재판부 배당
  • "이렇게 넓고 좋은데"…259만원 싸지고 기본 옵션 추가된 '준대형 SUV'
  • 박지원, 비명계 '李 비판'에 "대권주자 4金 찻잔 속 태풍"

지금 뜨는 뉴스

  • 1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선수 김하성" SD 지역 언론의 큰 아쉬움…하지만 '2년 419억원' 계약에 '납득'

    스포츠&nbsp

  • 2
    160km 파이어볼러, 고영표 원포인트 레슨→S비율 60%→프리미어12 무실점…제구 실마리 찾았을까?

    스포츠&nbsp

  • 3
    '미스터트롯3' 투표순위 3주차… 데스매치 결과는?

    연예&nbsp

  • 4
    3점포 쾅쾅쾅쾅쾅! '3점슛 50%·자유투 100%' 커리가 이끄는 GSW, NBA 승률 1위 꺾고 연승 휘파람…SGA 빛 바랜 52득점

    스포츠&nbsp

  • 5
    빛과 종이로 빚은 작업실

    연예&nbsp

[뉴스] 추천 뉴스

  • 밀양시민장학재단, 장학생 지원 기준 완화...“더 많은 학생이 혜택 보도록 개선”
  • 대한불교조계종 금강사, 거제시 무료 급식소 지원 성금 1000만원 ‘쾌척’
  • 맛김, 23.6% 폭등…이제 김도 귀한 몸
  • 합천군 CCTV 통합관제센터, 24시간 군민 안전 파수꾼
  • 尹 "대통령실이 국정 중심…최선 다하라"
  • 고성군, 봄철 소각산불 차단 통해 대형산불 제로화 총력

당신을 위한 인기글

  • “인도용 코나 일렉트릭?” 현대차, 크레타도 EV 모델 내놓는다!
  • “한국은 없는 현대차 오토바이” 자영업자, 국내도 출시해라 난리!
  • “상담만 받아도 커피 증정” 출고하면 커피머신까지 준다!
  • “쌍용 전설, 이젠 조선 사이버트럭” KGM, 전기 픽업트럭 공개!
  • “평생 엔진오일 무료에 할인까지?” 벤츠 200만 원 더 싸게 사는 법
  • “제네시스도 포르쉐 급” GV80 데저트 에디션에 수입차 차주들 오열!
  • “부잣집 벤츠는 옛 말” BMW 7시리즈, 회장님들 선택 독차지 했다!
  • “마이바흐 오픈카까지 내보낸다” 벤츠코리아 이 악물었더니 오너들 대환호!

추천 뉴스

  • 1
    ‘나솔사계’ 10기 영자·훅김 등 최종커플 3쌍 탄생…10기 정숙 선택 포기

    연예 

  • 2
    ‘쓰레기차 피하려다 똥차에 치였다’…분노한 서포터들“66파운드”↔구단주“사진이나 찍어”맞대응…팬들“구단 적자 팬에게 전가”분통↔구단“PSR준수 불가피한 선택”

    스포츠 

  • 3
    前 캡틴의 맨유 금쪽이 맹비난…"프로 선수라면 훈련 제대로 해!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스포츠 

  • 4
    '오징어 게임' 시즌3, 6월27일 공개..론칭 포스터&스틸 선봬

    연예 

  • 5
    이래서 中 196cm MB 집 보냈나…"더 좋아질 것" 뉴질랜드 국대 흥국行 신의 한 수, 12억 빈자리도 티 나지 않는다

    스포츠 

지금 뜨는 뉴스

  • 1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선수 김하성" SD 지역 언론의 큰 아쉬움…하지만 '2년 419억원' 계약에 '납득'

    스포츠 

  • 2
    160km 파이어볼러, 고영표 원포인트 레슨→S비율 60%→프리미어12 무실점…제구 실마리 찾았을까?

    스포츠 

  • 3
    '미스터트롯3' 투표순위 3주차… 데스매치 결과는?

    연예 

  • 4
    3점포 쾅쾅쾅쾅쾅! '3점슛 50%·자유투 100%' 커리가 이끄는 GSW, NBA 승률 1위 꺾고 연승 휘파람…SGA 빛 바랜 52득점

    스포츠 

  • 5
    빛과 종이로 빚은 작업실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