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왕=뉴시스] 김근수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소회를 밝히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뇌물) 등 혐의를 받는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공동취재사진) 2023.09.27.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구속 위기라는 큰 산을 넘기면서 정치적 부활의 날개를 달았다.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해 불구속 기소로 가닥을 잡을 경우 이 대표는 신병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나 내년 총선 지휘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친명(친이재명)계 중심으로 재편된 민주당 지도부가 비명(비이재명)계에 대한 견제와 축출에 나설 수도 있다. 이 경우 올 겨울 총선 공천을 전후해 비명계의 탈당 등 단체행동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대표가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를 지킬지 여부의 최대 변수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재판 결과다. 이 대표가 여기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확정받으면 5년 간 피선거권이 박탈돼 2027년 대선 출마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조계는 재판 지연 등으로 대선 전까지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7일 새벽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를 받는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유 부장판사는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필요성 정도와 증거인멸 염려의 정도 등을 종합하면, 피의자에 대해 불구속 수사의 원칙을 배제할 정도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법원의 심사 결과 가운데 검찰 입장에서 가장 뼈 아픈 지점 중 하나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에 대한 판단 내용이다. 형량이 높아 구속 결정을 끌어낼 정도의 중대성이 있는 뇌물 혐의가 상당부분 법원으로부터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판단을 받아서다.
유 부장판사는 “핵심 관련자인 이화영(전 경기도 부지사)의 진술을 비롯해 현재까지 관련 자료에 의할 때 피의자의 인식이나 공모 여부, 관여 정도 등에 관하여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보인다”고 했다. 이화영 전 부지사가 검찰의 집요한 수사와 압박 때문에 이 대표와의 연관성을 허위 진술했다며 말을 뒤집은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셈이다.
검찰은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 중이지만 현실적으로 추가적인 증거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 등에서 이 대표에 대해 사실상 불구속 기소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우 당분간 체포동의안 표결은 없을 것이고, 민주당은 ‘방탄 프레임’이란 부담에서 벗어나 이 대표를 중심으로 총선을 치를 수 있게 된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3.09.27. |
계파색이 옅은 한 초선 민주당 의원은 머니투데이 the300(더300)에 “이 대표가 직접 총선 공천권을 행사할 텐데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에 가결표를 던진 비명계를 가만히 두지는 않을 것 같다”며 “공천에서 이들에 대한 불이익은 불 보듯 뻔한 것”이라고 했다. 이미 당 내에서는 비명계 의원 지역구에 친명계 인사들을 내려 보내는 공천하는 상황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 대표가 ‘사법 리스크’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다. 정자동 호텔 특혜 의혹·쌍방울 쪼개기 후원 의혹 등에 대한 수사가 남아있다.
또 이 대표는 대선후보였던 2021년 방송 인터뷰 등에서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에 대해 “시장 재직 때는 (김 처장을) 알지 못했다”고 말해 허위사실 공표에 따른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대표가 같은 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 특혜의혹을 부인하면서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함께 재판 중이다. 만약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 이상 형이 확정된다면 5년 간 피선거권 박탈로 다음 대선에 출마할 수 없게 된다.
다만 법조계는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확정 판결이 2027년 대선 전에는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아직 선거법 위반 관련 1심 선고도 나오지 않았고, 이 대표의 격주 출석 등으로 재판 자체도 계속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임 대법원장 취임 이후 법원 내 인사이동 등으로 재판부가 바뀔 경우 처음부터 다시 심리를 진행해야 할 수도 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the300(더300)에 “이번 구속영장 청구 기각으로 이 대표는 대표직을 유지하게 되면서 당 내 입지를 공고히 다지게 됐다”며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대법원 확정판결이 이 대표의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운명을 결정짓는 마지막 관문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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