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경북 등 비수도권서 많아…”지역 넓고 병원 간 거리 멀어”
(서울=연합뉴스) 송정은 기자 = 경남 남해군에 사는 이대은(38)씨는 셋째를 임신했던 아내가 출산 예정일을 두 달을 남기고 급작스레 분만 진통이 왔던 2021년 6월 그날을 떠올리면 지금도 아찔하다.
남해군에는 출산할 수 있는 산부인과가 없어 119구급차로 경남 진주시로 향하던 이씨의 아내는 결국 병원에 도착하기 전 구급차 안에서 아이를 낳았다. 우여곡절 끝에 진주시 산부인과에 도착했지만 아기가 조산으로 태어나 인큐베이터 입원이 필요하다며 상급 종합병원으로 가라고 했다.
그렇게 진주시 내 한 대학병원으로 옮겨진 산모와 아기는 또다시 이동해야 했다. 코로나19로 호흡기 감염된 아기가 많아 이 병원 인큐베이터가 꽉 찼기 때문이다.
결국 경남 창원시 대학병원에 도착하고 나서야 이씨의 아기는 무사히 신생아 인큐베이터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날 산모와 아기가 달린 거리는 약 200㎞에 달했다. 1분 1초가 급한 마당에 2시간가량을 길에서 보낸 것이다.
이씨는 “자가용으로 구급차 뒤를 따라가는데 뒷좌석에 태운 연년생 둘째는 계속 울고 너무 애가 탔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1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의원이 소방청 119 구급과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장에서 병원까지 이송 거리가 20㎞ 이상인 임산부는 최근 3년간 4천315명으로 집계됐다.
2020년 1천182명, 2021년 1천252명, 지난해 1천881명으로 연평균 1천400명이 넘는다. 분만뿐만 아니라 질병·상해로 이송된 임산부도 포함된다.
특히 이 시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탓에 임산부의 체온이 높다거나 호흡기·감기 증상이 있으면 상급병원으로 가야 하는 경우가 있어 장거리 이송이 많았다고 소방청 관계자는 설명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병원이 부족한 비수도권 지역일수록 장거리 이송된 임산부도 많았다.
최근 3년간 4천315명 가운데 경기가 1천187명으로 27.5%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소방청 관계자는 경기권이 이송 건수 자체가 많아 장거리 이송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충남 789명(18.3%), 경북 641명(14.9%), 전남 224명(5.2%), 경남 214명(5.0%) 순이었다.
반면 서울과 인천은 각각 178명(4.1%), 131명(3.0%)였다.
경북·경남· 충남권은 상대적으로 지역이 넓어 이송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데다 병원 간 거리도 먼 영향이 있다는 게 소방청의 설명이다.
119 신고부터 병원 도착까지 1시간 넘게 걸린 임산부는 2020년 453명, 2021년 563명, 지난해 1천250명으로 최근 3년간 2천266명이었다.
지역별로는 경기가 584명(25.8%)으로 가장 많고 충남 485명(21.4%), 경북 289명(12.8%) 순이었다.
김광준 중앙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지역 면적에 비해 산모가 많지 않은 곳에서 응급 상황에 대비해 의료진이 대기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응급 이송체계를 갖추고 병상 현황을 자동으로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 의원은 “저출산 시대에 모자 의료 인프라 확충을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중앙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s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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