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시장 확대에도 데이터 검증 장치 없어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국내 디지털 광고사기가 점차 늘어나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전담 기구 설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디지털 광고사기(Ad fraud)는 디지털 광고의 단가 측정방식을 악용해 소비자가 실제로 광고를 보거나 앱을 설치하지 않았는데도 광고효과를 거짓으로 부풀려 광고비를 부당하게 획득하는 행위를 뜻한다.
17일 글로벌 시장분석기관 주니퍼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디지털 광고사기 규모가 91조원에 달했으며 2026년까지 143조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또 한국의 디지털 광고사기 규모는 미국, 일본, 중국에 이어 세계 4위로 추정된다.
우리나라 전체 광고 시장은 세계 10위 규모로, 이중 디지털 광고비는 총광고비의 과반인 약 8조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디지털 광고시장이 지속 확대되고 있으나 국내에는 디지털 광고 데이터를 검증하는 장치가 없어 디지털 광고사기 등 관련 피해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한 게임 회사의 광고 담당자는 “앱이 설치될 때마다 광고비를 지불했으며, 광고비의 40%가 허위 설치, 앱 복제 등 디지털 광고사기에 해당한다는 검증 결과를 받았다. 또한 해외보다 국내에서 더 많은 디지털 광고사기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디지털 광고의 신뢰도 문제가 여러 번 지적됐음에도 이와 같은 광고주의 증언이 이어지는 것은 여전히 국내 디지털 광고사기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디지털 광고 과정에서 브랜드 평판이 훼손될 가능성을 막아야 하는 ‘브랜드 안전’ 역시 문제다.
유튜브 등 디지털 광고의 경우 자동 구매방식으로 판매함에 따라 음란물 등 혐오 콘텐츠와 함께 광고가 노출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인공지능(AI) 광고 설루션 전문기업 파일러의 오재호 대표는 “최근 조사한 10여개 브랜드 광고 예산 중 14~35%가 혐오 콘텐츠에 자동 노출되고 있었고 광고주 대부분은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미국 광고대행사협회가 발간한 브랜드안전 플레이북에 따르면, 불쾌하거나 혐오스러운 콘텐츠에 연결된 광고를 볼 경우 소비자의 64%는 해당 광고의 평판이 나빠진다고 응답했으며, 70%는 브랜드 호감도와 구매 의향이 급격히 감소한다고 응답했다.
이에 국내에서도 디지털 광고사기 예방 및 브랜드 안전을 위한 가이드라인 및 데이터 인·검증 기준을 마련할 전담 기구 설치 필요성이 제기된다.
미국은 미디어등급위원회(MRC)를 통해 디지털 광고 측정에 대한 표준 가이드라인을 배포했으며, 영국 또한 디지털 광고 표준 단체인 지크웹스(JICWEBS)를 통해 광고 데이터 인·검증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아시아 최대 광고시장인 중국과 일본도 정부와 민간이 협업해 디지털광고데이터 인·검증 전담 기관인 CMAC, JICDAQ를 각각 설립했다.
올해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에서 151개 광고주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87%가 국내 미디어 광고 데이터 신뢰성 인증을 위한 전담 기구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바 있다.
유승철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는 “디지털 광고 데이터 품질관리를 위해 미국, 중국, 일본 등 해외국가와 같이 제3의 전담 기관을 설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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